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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학교폭력 은폐·축소 용납해선 안 된다

등록 2017-07-12 19:30

한 재벌 회장 손자와 유명 연예인 자녀 등이 가해자로 지목됐던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에서 학교 쪽의 은폐·축소가 있었다고 서울시교육청이 12일 감사 결과를 밝혔다. 시교육청은 교장·교감·생활부장 등 3명에 대해선 해임, 담임에 대해선 정직 처분을 학교 법인에 요구하기로 했다. 학교폭력이 피해학생의 인생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만큼, 교원들의 책임을 무겁게 물은 것은 안타깝지만 수긍이 가는 조처다.

지난 4월 학교 수련회에서 같은 방 친구들에게 이불에 씌워진 채 플라스틱 야구방망이로 맞고 강제로 물비누를 먹어야 했던 피해학생은 학교 쪽에 이를 신고했지만 두 차례의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학폭위)에선 ‘학교폭력으로 보지 않는다’는 판단이 나왔다고 한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시작된 이번 감사에서, 재벌 회장 손자는 피해자 학부모가 신고 초기 교감에게 가해자라고 알렸는데도 1차 학폭위 심의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팀은 청탁 같은 외부개입 상황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는데, 학부모들이 이를 납득할지 의문이다. 담임교사가 최초 조사한 학생 9명의 진술서 18장 가운데 6장이 사라진데다 전담기구 조사에서 이 진술서 내용이 반영되지 않은 사실 또한 확인됐다. 심의 과정에서 학교전담경찰관을 배제하는 등 규정을 어긴 점들도 드러났다.

학교 쪽은 ‘이 사안은 학교폭력 문제가 아니고, 갈등은 담임이 책임지고 중재하는 게 원칙’이라며 감사 결과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처벌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주장은 일리가 있다. 하지만 학교 쪽 주장처럼 진정한 화해 유도가 목적이었다면, 그 과정은 더욱 공정하고 피해자 중심이 되었어야 옳았다. 피해자 쪽의 납득 없는 화해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건은 한편으론 학교폭력 처리 과정과 절차의 문제점을 드러냈다. 2012년 학교폭력예방법에서 가해자 처벌이 대폭 강화된 이후, 혐의를 인정하지 않고 행정심판 등 법적 분쟁만 급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학교폭력 문제에 전문성이 부족한 교사나 학부모 위원들에 의해 자의적인 결론이 날 소지도 있다. 전교조와 교총이 지난달 합동 기자회견을 열어, 부작용이 큰 학교폭력예방법 개정을 요구했는데, 앞으로 이에 대한 논의도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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