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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통상 사령탑’도 없이 맞게 된 미국의 FTA 공세

등록 2017-07-13 19:01수정 2017-07-13 19:01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12일(현지시각) 성명을 통해 “미국 무역의 장벽을 제거하고 협정의 개정 필요성을 고려하고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관련한 양국 특별공동위원회를 다음달 개최하자”고 우리 정부에 요구했다. 예상됐던 일이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한-미 정상회담 뒤 “지금 한-미 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하고 있다. 공정한 협상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팩트는 틀렸지만 재협상을 요구한 발언이었고, 백악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특별공동위원회 개최를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지난달 30일(현지시각)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뒤 공동 언론발표를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무역대표부의 성명을 보면, 미국의 의도는 협정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재협상을 하려는 건 아니고 일부만 자신들한테 유리하게 개정하려고 하는 것 같다. 무역대표부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했던 ‘재협상’이 아닌 ‘개정’과 ‘후속 협상’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미국 의도가 무엇이든 우리는 당당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미국의 요구에 적극적으로 대처해 우리의 이익을 지켜내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미국에 일방적으로 불이익을 주었다는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은 아전인수에 가깝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무역대표부 대표는 이날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된 이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2배로 증가한 반면, 미국의 상품 수출은 실제로 줄었다”고 말했다. ‘무역적자론’을 전가의 보도처럼 또 꺼내든 것이다. 우리의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협정 전인 2011년 116억달러에서 2016년 233억달러로 두 배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부터 흑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지난해 6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덕분에 2015년 한국에 대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가 158억달러 개선되는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미국 스스로 협정이 체결되지 않았으면 무역적자가 더 커졌을 것이라고 인정한 셈이다. 협정 체결 이후 우리 농업이 받은 피해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지난해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68억달러로 우리 농산물 수출액 7억달러의 10배 가까이 됐다. 또 무역수지 통계에는 매년 수조원에 이르는 우리의 미국산 무기 구입은 빠져 있다.

무역수지는 우리가 흑자지만 국외여행·지적재산권 등 서비스 부문에선 우리가 지난해 143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투자도 우리의 대미 직접투자액은 2011년 73억달러에서 지난해 129억달러로 늘었지만, 미국은 23억달러에서 38억달러로 증가하는 데 그쳤다. 투자는 고용 창출로 직결되는 효과까지 있다. 게다가 지난달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동행한 경제인단은 미국에 14조6천억원 규모의 투자를 선물로 안겨줬다.

미국의 무리한 요구를 막아내고 우리의 입장을 관철하려면 치밀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데 우리는 협상을 이끌 사령탑도 없이 미국의 보호무역 공세를 상대해야 할 판이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한달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박근혜 정부에서 통상교섭실로 축소된 통상교섭본부를 복원하고 통상교섭본부장을 다시 두기로 했다. 차관급이지만 협상력 강화를 위해 대외적으로는 ‘장관 지위’를 부여하기로 했다. 그런데 국회가 파행되면서 조직 개편 문제는 논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답답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 관련 기사 : 트럼프, 조기 ‘한-미 FTA 개정 협상’ 요구 왜?

▶ 관련 기사 : 한-미 FTA, Q&A로 풀어본 궁금증 5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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