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한 종근당 회장이 14일 사과 회견을 열고 “상처를 입으신 분께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운전기사들에 대한 상습적인 욕설과 폭언이 <한겨레> 보도로 알려진 다음날이다. 최근 몇년 사이 대기업 사주들이 운전기사에게 ‘갑질’을 하다가 언론 보도로 알려지면 사과하고, 고용노동부나 검찰이 조사나 수사에 나서는 일이 반복됐다. 언제까지 이를 지켜봐야 하는 건지 개탄스럽다.
증언에 따르면 1년 동안 이 회장의 운전기사 세명이 잇달아 퇴사했고 스트레스로 두달 새 7㎏이 빠지거나 병원 응급실에 실려간 이도 있었다고 한다. 녹취파일 속 이 회장은 “새끼” “인마”가 다반사였고 “애비가 뭐 하는 놈인데” “생긴 건 뚱해가지고” 같은 모욕적 언사도 잦았다.
그는 “너한테 돈을 지불하고 있는 거야” “월급쟁이 새끼가 꼭 양아치 같애”라는 말도 했다. 사용자들이 지급하는 급여는 노동의 대가이지, 인격적인 모욕이나 폭언을 퍼부을 권리까지 산 것이 아니다. 그런데도 이런 안하무인적 행태가 나오는 데엔 ‘돈만 주면 뭐든지 해도 상관없다’는 식의 사고가 깔려 있다. 운전기사를 상습적으로 폭행한 사실이 드러나 경영에서 물러났던 몽고식품 김만식 전 회장, ‘사이드미러를 접고 운전하라’고 지시하며 폭언을 했다는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운전기사 갑질 매뉴얼’로 논란이 된 뒤 3년간 기사 12명을 갈아치운 사실이 드러났던 정일선 현대비앤지스틸 사장까지 최근 1~2년 새 폭로됐던 사건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황제식’ 경영문화에 익숙한 오너 경영자라는 점도 이들의 공통점이다.
대기업 사주뿐만이 아니다. 얼마 전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이 비정규직 노동자와 조리사에 대해 ‘미친놈들’ ‘그냥 밥하는 동네 아줌마들’이라고 말한 사실이 공개됐다. 평범한 시민들이 전직 교육부 관료의 ‘개돼지’ 발언을 연상하며 분노한 것은, 이 발언에 노동과 여성을 천시하고 비하하는 시각이 깔려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황금만능주의와 노동 천시 민낯을 드러내는 발언과 행태가 잇따르는 데 분노를 넘어 참담함마저 느낀다. 종근당 불매운동이나 이언주 의원 사퇴 여론에서 보듯, 결국 이런 행동이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당사자들은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고용주의 ‘갑질’에 대한 엄격한 처벌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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