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청와대’가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을 위해 깊숙이 개입했음을 뒷받침하는 문서가 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무더기로 발견됐다. 문화체육관광부 블랙리스트, 세월호 유가족 감시, 국정 역사교과서 관제데모 등에 관여한 문건도 나왔다. 박근혜 정부가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고 권력을 사적으로 활용했는지 잘 보여준다.
‘박근혜 청와대’가 정부 차원에서 삼성의 경영권 승계를 지원하는 데 앞장섰다는 대목이 무엇보다 놀랍다. 특히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파악’이란 문구에선, 청와대가 재벌기업 이익을 위해 매우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나선 게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이란 대목은, 삼성의 민원 해결을 위해 청와대가 정부기관에 압력을 행사했을 개연성을 드러낸다. ‘국민연금 의결권 조사 문건’에선 국민연금공단을 통한 의결권 행사 정황이 엿보인다. 청와대가 작심하고 ‘삼성 민원 해결사’로 나선 게 아니냐는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문체부 국·실장 이상 간부 성향을 파악해 찍어내는 일도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기획하고 총괄했을 가능성이 커졌다.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문체부)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체부 4대기금 집행부서 인사분석’이란 문구는 문체부 간부 성향을 파악해 인사에 반영했을 가능성 말고는 달리 해석하기 어렵다. 그동안 문체부 국·과장급 5명의 좌천 인사를 주도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우병우 전 민정수석은 이를 완강히 부인해왔다.
이밖에 ‘대리기사 남부고발 철저 수사 지휘 다그치도록’이란 문구는 김현 전 민주당 의원과 관련된 내용으로, 청와대가 검찰을 동원해 야당을 탄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현 청와대가 이번에 확보한 자료 가운데 상당한 분량을 제출했다고 하니 검찰은 철저하게 수사해 낱낱이 밝히기 바란다. 문건 다수가 우병우 전 민정수석 재직 당시 작성됐다고 한다. 그가 핵심 조사대상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이와 별개로 박근혜 정부가 국가기록물을 얼마나 부실하게 취급했는지도 새삼 확인된다. 보안을 생명으로 하는 민정수석실 문건들이 이토록 허술하게 방치됐다니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불법적으로 은폐되거나 폐기 또는 유출된 다른 청와대 자료는 없는지도 조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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