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최저임금이 시간당 7530원으로 결정되며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현실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2020년 달성’ 공약을 지키려면 매해 15.7%씩 상승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오긴 했었다. 그럼에도 최근 5년 새 평균 인상률이 7.42%이고 물가상승률이 연 1~2%대임을 고려하면 인상률 16.4%는 파격적인 수치다. 정부가 16일 곧바로 지원대책을 내놨지만, 소상공인·영세중소기업 쪽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책의 치밀한 시행과 시급 1만원까지의 중장기 로드맵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여러모로 이전과 달랐다. 거의 매해 최저임금위원회 막판에는 노동자 쪽 또는 사용자 쪽 위원들이 반발해 퇴장하고, 공익위원들이 심의촉진구간을 제시해 결정하는 일이 반복됐다. 올해는 중간에 진통이 있었지만 노사가 끝까지 함께해 위원 전원의 투표로 결정했다. 2008년 이후 9년 만이다. 처음 양쪽의 간극은 컸지만 15일 밤 최종수정안에서 노동자 쪽 7530원, 사용자 쪽 7300원으로 230원까지 간격이 좁아진 것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대선에서 모든 주요 후보들이 시기엔 차이가 있지만 ‘1만원’을 약속한 데에 이어, 우리 사회에서 최저임금 문제에 대한 공감대가 커진 것이라 볼 수 있다. 노동자 쪽 위원이 적극적으로 소상공인·영세업체 대책을 요구하는 등 최저임금이 ‘을과 을’의 싸움이 되어선 안 된다는 논의가 확산된 것도 성과다.
물론 시급 7530원은 월 157만3770원(월 209시간)으로 1인가구 표준생계비 월 216만원에 비하면 부족한 게 사실이다. ‘인간다운 삶이 가능한 수준으로서’ 최소한의 임금인 최저임금이 사용자 상황 위주로 결정되어선 안 된다. 하지만 최저임금 미만 노동자의 68.2%가 소상공인과 10인 미만 영세중소기업에 몰려 있다는 현실 또한 외면할 순 없다.
정부는 이들의 부담을 최소화하고 고용 감소를 막기 위해 최근 5년 평균 인상률을 웃도는 인건비 인상분을 직접 지원하겠다며 이를 3조원으로 추산했다. 얼추 200만명 이상 규모다. 여기에 신용카드 수수료 개선 등 각종 불공정행위 시정으로 1조원 이상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문제는 지속가능성과 이런 정책이 제대로 효과를 내 산업구조를 바꿀지 여부다. 정부의 직접지원으로 이들이 급격한 비용 증가에 적응하며 체질을 바꿀 시간을 벌어줄 순 있지만 무한정 계속될 순 없기 때문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분수효과’를 일으켜 소득주도 성장을 견인하고 소득 양극화를 줄이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가 적잖다. 실제 이런 효과가 나려면 정부가 이번만큼은 상가임대차 공정화, 프랜차이즈 합리화 등 근본적 구조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로 나서야 한다. 최저생계비의 객관적 산정과 업종별 차등지원 등 최저임금 산정 및 결정 방식에 대한 개선 논의도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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