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준이 지연되면서 헌재소장 공백 상태가 6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박한철 전임 소장이 1월31일 퇴임한 뒤 권한대행을 맡았던 이정미 재판관이 3월13일 퇴임했고, 김이수 재판관이 뒤를 이었지만 여야의 정쟁 탓에 대행 체제가 계속되고 있다. 17일은 69돌 제헌절인데, 헌법기관의 추락한 위상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까지 하다.
김 후보자 인준이 지연되는 것은 자유한국당의 오락가락 정치 행태 탓이 크다.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6월7~8일 열렸지만 한달 보름이 되도록 청문보고서조차 채택하지 못했다.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인 유기준 자유한국당 의원이 당론에 따라 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이 ‘제보 조작 사건’ 와중에 반대로 선회하자 지난 14일 특위가 소집됐지만 국민의당 입장이 다시 바뀌자 회의는 돌연 취소됐다. 자유한국당이 본회의 표결 전망에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원칙 없는 행태를 보인 것이다.
여야 정치권이 김 후보자 문제를 추가경정예산안 등 다른 현안과 연계해 계속 뒷전으로 미루는 것은 정치적으로나 도의적으로 옳지 않다. 헌재소장은 국무위원과 달리 국회 본회의에서 표결로 처리한다. 독립적 헌법기관의 장에 대한 인사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헌재소장 문제는 다른 현안과 분리해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에게 색깔론을 들이대는 것도 문제다. 김 후보자가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낸 소수의견은 정당의 자유 및 정치적 결사를 제약하는 것에 반대한 것이지, 이념의 문제가 아니었다. 설사 자유한국당이 김 후보자가 탐탁지 않다면 본회의에서 표결을 통해 의사를 분명히 밝히면 된다. 국민의당 역시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김 후보자 문제를 카드로 쓰려 해서는 곤란하다.
정부·여당도 김 후보자 문제를 수수방관해서는 안 된다. 헌재를 정상화하는 것은 다른 정치 현안들 못지않게 시급하다. 국회의장은 심사가 계속 표류할 경우 임명동의안을 본회의에 직권상정할 수 있다. 인사 문제는 직권상정하지 않는 것이 관례라지만, 언제까지 이 문제를 미룰 수 없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오는 18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표결 처리하는 것이다. 여야가 국회를 정상화한 만큼 김 후보자 문제도 지혜를 모아 순리대로 처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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