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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홍준표 대표의 너무 속좁은 ‘청와대 회동’ 거부

등록 2017-07-17 18:00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대표의 청와대 오찬 회동에 불참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홍준표 대표는 17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이 여의도 당사로 찾아와 회동에 참석해줄 것을 요청했지만 불참 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번 회동은 문 대통령이 정상외교 성과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열린다. 홍 대표의 독불장군식 정치로 여야 협치가 훼손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홍 대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회동에 불참하겠다고 했는데 하나같이 궁색해 보인다. 그는 “2011년 한나라당 대표 시절 (국회 비준을) 강행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두고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제2 을사늑약이니 매국노니 하며 극렬히 비난했다. 회담에서 그 문제가 제기될 텐데 첫 대면에서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6년 전 일을 들춰내 불참 이유로 설명하는 것은 구차할 뿐이다. 또 홍 대표 생각이 정 그렇다면 청와대 회동에 참석해서 한-미 에프티에이에 대해 적절하게 입장을 표명하면 될 일이다.

홍 대표는 회동을 거부하면서 다른 야당을 모욕하기까지 했다. 그는 “뱁새가 아무리 재잘거려도 황새는 제 갈 길을 간다. 저들이 본부중대, 1, 2, 3중대를 데리고 국민 상대로 정치쇼를 벌여도 우리는 우리 갈 길을 간다”고 말했다. 다른 야당들이 들러리라는 식인데, 대선 때의 막말 정치를 연상케 한다. 제1야당 대표가 입에 담기엔 너무 거친 표현이다. 품격이 땅에 떨어진 ‘보수 정치’의 현주소를 보는 것 같아 안쓰럽다.

홍 대표가 청와대 회동을 거부하는 것은 결국 ‘자기 정치’를 하겠다는 것이다. 제1야당 대표인 만큼 다른 야당 대표들과 섞이기 싫다는 것이고, 한마디로 ‘독상’을 차려달라는 뜻일 터이다. 정상외교를 마친 대통령이 여야 대표들과 회동해서 그 결과를 설명하는 것은 우리 정치의 관례에 속한다. 이를 계기로 초당적인 외교 사안은 물론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자연스레 논의가 이뤄진다.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들은 어떤 형식으로든 자주 만나는 게 좋다.

홍 대표의 몽니는 속좁은 정치에 불과하다. 홍 대표는 지금이라도 생각을 바꿔, 제1야당 대표답게 19일 회동에 참석하는 대승적 자세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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