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주석 국방부 차관이 지난 17일 남북군사당국회담 개최를 북한에 제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 정부가 남북 군사당국회담을 열자고 한 21일까지 북한은 아무런 응답을 하지 않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6일 독일 베를린에서 휴전협정 64주년이 되는 7월27일을 기해 남북이 군사분계선에서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자고 제안했다. 이어 17일 후속 조처로 남북 군사당국회담(21일)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위한 적십자회담(8월1일)을 각각 열자고 제의했다.
북한이 군사당국회담과 적십자회담 제안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은 참으로 안타깝다. 한반도 긴장 완화와 이산가족의 애끊는 호소에 응답하는 차원에서라도 북한은 ‘통 큰 자세’를 보여주기를 바란다.
일부에선 미국 본토를 겨냥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성공한 북한이 미국과 직접 담판을 벌이려 하기 때문에 남북대화를 피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을 하기도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남북대화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이 북한 태도에 영향을 줬으리란 해석도 있다. 그러나 남북관계 개선 없이 북-미 관계가 좋아지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나마 북한이 남쪽 제안을 당장 일축하지 않고, 고려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건 다행이라 하겠다. 남쪽에 대화 주도권을 넘겨주지 않기 위해 북한이 별도의 장소와 시간을 제시할 수 있고, 또 추가적인 조건을 다는 ‘역제안’을 할 여지도 있어 보인다.
북한이 8월 실시되는 한·미 연합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의 철폐나 축소를 요구할 수도 있다. 정부는 이런 모든 가능성에 대해 심도 있게 준비해야 할 것이다. 장소와 시간 변경은 얼마든지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또 한·미 연합훈련에 대해서도 ‘절대 불가침 영역’처럼 미리 선을 긋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어쨌든 북한을 움직이기 위해선 다양한 물밑작업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 정부에서 남북 간 통신선이 모두 끊긴 점은 못내 아쉽다. 북한이 지금이라도 끊어진 통신선을 복구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안에 손을 맞잡고 나서주기를 바란다. 특히 일부 외신 보도처럼 추가적인 신형 미사일 발사 등으로 고립을 자초하지 말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