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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이런 군대에 어느 부모가 자식 보내려 하겠나

등록 2017-07-21 18:00수정 2017-07-21 18:29

선임병들의 가혹행위에 시달리던 육군 22사단 소속 ㄱ일병이 짧은 유서를 남기고 국군수도병원에서 투신했다. ㄱ일병이 남긴 수첩 속 메모에는 “엄마 미안해. 앞으로 살면서 무엇 하나 이겨낼 자신이 없어. 매일 눈을 뜨는데 괴롭고 매 순간 모든 것이 끝나길 바랄 뿐이야”라고 쓰여 있었다. 빠져나갈 수 없는 상황 속에서 느낀 극한의 무기력증이 드러난 유서에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ㄱ일병의 자살은 군대 안의 고질적인 인권유린 행위의 결과임이 분명해 보인다. ㄱ일병 수첩에는 선임병들의 상습적인 폭언과 폭행 사실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문제는 군의 안일한 대응이다. ㄱ일병은 목숨을 끊기 전 선임병들에게 가혹행위를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소대장에게 알렸지만 육군은 ㄱ일병을 ‘배려병사’로 지정하고 일반전초(GOP) 근무에서 배제하는 선에서 그쳤다. 가장 중요한 ‘가해자-피해자 분리’가 이루어지지 않았다.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하려는 의지가 없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육군 22사단은 ㄱ일병의 자살 이전에도 비슷한 사건이 여러번 일어난 곳이다. 2014년에는 지오피 총기난사 사건으로 5명의 사망자가 났고 한 달 뒤에는 부대 안 화장실에서 이등병이 목을 맸다. 올해 초에도 일병이 휴가 복귀 당일에 부대 안에서 목숨을 끊었다. 군은 이번 사건을 철저히 조사함과 동시에 왜 22사단에서 이런 사건이 빈발하는지 파헤쳐야 한다.

국방부는 2014년 지오피 총기난사 사건 뒤 병영문화를 바꾸겠다고 약속했지만 달라진 건 없는 것 같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얼마 전 인사청문회에서 6대 국방개혁 과제의 하나로 병영문화 개선을 제시했다. 군대 안 인권유린 근절은 방산비리 척결만큼이나 중요한 문제다. 송 장관은 병영문화 혁신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ㄱ일병과 같은 안타까운 죽음이 계속되는 한, 자식을 군대에 보낸 부모는 발 뻗고 잠을 잘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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