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그동안 비리사학의 거수기로 지목돼온 사학분쟁조정위원회(사분위)를 손볼 뜻을 밝혔다.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사분위 권한을 줄이고 비리 이사의 학교 복귀를 차단하기 위한 사립학교법 개정을 국정과제로 제시한 데 이어, 교육부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참에 사학비리를 근절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동안 사학비리가 끊이지 않은 데엔 현행 사학법과 이 사학법에 따라 설치된 사분위의 방조가 있었다. 사분위는 노무현 정부 당시 여야 타협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 노무현 정부는 사학법을 개정해 공공성과 투명성을 키웠으나 당시 야당인 한나라당의 극한투쟁으로 2007년 재개정돼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재개정 과정에서 여야 합의로 탄생한 것이 사분위다.
사학분쟁을 평화롭게 조정한다는 취지로 설치한 사분위는 오히려 옛 재단비리 당사자의 복귀 통로로 이용됐다. 종전 이사에게 이사 과반수 추천권을 허용한 ‘정상화 심의 원칙’이 문제였다. 결국 비리를 저지르고 물러난 이사가 과반수의 이사를 선임하고, 그렇게 선임된 이사들이 임기 만료와 함께 과거의 비리 이사를 다시 이사로 선임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비리사학의 대명사인 김문기 전 상지대 총장이 이런 절차로 총장에 복귀했다. 사분위 설치 뒤 지난 10년 동안 60여개 대학이 ‘정상화’됐으나, 이 가운데 상당수는 바로 이 정상화 심의 원칙에 따른 비리 인사의 복귀로 분란을 겪고 있다. 사분위가 분쟁을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조장하는 꼴이다.
이번에 정부가 손을 보겠다고 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이 ‘정상화 심의 원칙’이다. 비리로 물러난 옛 재단 주인이 돌아올 수 없도록 ‘정상화 심의 원칙’을 바꾸어 법으로 정하겠다는 것이다. 사학분규를 키우는 구실을 해온 이 원칙을 수정해 법제화하겠다는 교육부의 개정 방향은 옳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 시기 사학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 극한투쟁으로 큰 파문이 일었던 만큼, 법 개정 과정에서 침착하고 지혜롭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함과 동시에 현재의 사분위를 공공성 우선이라는 대원칙에 맞게 바꾸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사학의 공공성보다 사학재단의 사유재산권 보호에만 골몰해온 사분위의 관행을 깨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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