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6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대표단과 만났다. 교육부 수장으로는 2013년 4월 이후 4년 만이다. 이번 만남에서 가장 큰 쟁점은 예고됐던 대로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였다. 전교조 쪽은 김 부총리에게 법외노조 문제 해결을 촉구했고 김 부총리는 “관련 부서와 함께 협의해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대법원 판결을 지켜보겠다고 했던 인사청문회 발언에서 좀더 나아간 셈이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박근혜 정부의 무분별한 전교조 적대 정책이 낳은 대표적인 ‘교육 적폐’다. 2013년 10월 고용노동부는 해직교사 9명을 조합원으로 인정한 전교조 규약이 교원노조법을 위반했다며 ‘법상 노조 아님’을 통보했다. 잠자고 있던 독소조항을 꺼내들어 전교조를 합법의 울타리 밖으로 내몬 것이다. 상식으로는 납득하기 어려운 행정권 남용이었다. 전교조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1·2심에서 패배한 뒤 상고해, 지금까지 500일 넘게 이 사건이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교육부는 2심 판결이 난 뒤 후속 조처로 지난해 전교조 전임자 34명을 해고했다. 법외노조화에 이은 제2의 전교조 탄압을 가한 것이다. 올해도 노조 전임자 16명이 징계 절차를 밟고 있다.
전교조 법외노조화는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을 보장한 국제노동기구(ILO) 등 국제 규약에 위배된다. 문재인 정부는 ‘100대 국정과제’에서 국제노동기구의 핵심 협약 비준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정부가 비준하겠다고 약속한 협약에는 ‘누구나 노조를 설립하고 가입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고 정부에 의한 노조 해산이나 활동 중지를 금지한다’는 내용의 87조도 들어 있다.
정부는 전교조를 즉각 재합법화하는 것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 정부의 국정수행에 부담을 줄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는 것 같다. 이 때문에 국제노동기구 협약을 먼저 비준한 뒤 여기에 맞춰 관련 법을 손질해 재합법화에 나서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온다. 김 부총리도 이날 “여러 분야에서 두루 얽힌 복잡한 문제인 만큼 이를 해결할 여건을 조성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법외노조화 과정의 부당성을 생각하면 굳이 이렇게까지 뜸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박근혜 정부의 ‘법외노조 통보’가 행정명령이었던 만큼, 이 행정명령만 철회하면 법외노조화 이전 상태로 바로 돌아갈 수 있다. 법률은 그 뒤에 손봐도 된다. 과거 정부가 남긴 사회적 상처는 빨리 치유할수록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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