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협정 64주년인 27일 판문점에서 북한 병사들이 정전기념행사에 참석한 참전국 대표단을 관찰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북한이 28일 밤 전격적으로 동해상으로 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미사일의 최고 고도와 비행거리로 추정할 때 지난번보다 ‘더 진전된 ICBM급’이라고 한다. 사실상 미국 본토를 겨냥한 시험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미국 내에서 대북 강경대응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한번 갈 데까지 가보자”는 식으로 도발하는 북한의 무모함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한국의 새정부가 내민 대화의 손은 뿌리치고, 그 대신 핵과 미사일 개발로 한반도 긴장을 높이는 북한 행태를 강력하게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행정부와 의회 역시 북한을 더욱 옥죄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국 상원은 27일(현지시각) 행정부의 대북 제재 권한을 대폭 확대한 북한 제재법이 포함된 ‘북한·러시아·이란 제재 패키지법안’을 압도적 표차(찬성 98, 반대 2)로 통과시켰다. 법안이 명시한 대북 제재안을 보면, 행정부가 필요에 따라 인도적 목적을 제외하고 다른 국가들의 북한에 대한 원유 및 석유제품 판매와 이전을 금할 수 있게 됐다.
이번 대북 제재 법안은 북한의 군사·경제 젖줄을 봉쇄하고 달러 유입 경로를 완전히 차단하는 등 전방위적 압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물론, 중국이나 러시아 기업을 겨냥해서 미 행정부가 일방적 제재를 실행하기도 쉽지 않다. 따라서 이번 고강도 대북 제재 법안으로 김정은 정권의 돈줄을 끊고 미사일 개발을 저지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나, 한반도 상황에 따라서 미 행정부가 신속하게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무기’는 미리 건넨 셈이다.
미 의회가 여야 가릴 것 없이 한목소리로 강력한 법안을 통과시킨 것, 특히 ‘원유 공급 중단’까지 염두에 뒀다는 것은 북한을 보는 미 정치권의 분위기가 어떤지를 짐작하게 한다. 북한이 2018년엔 핵탄두를 탑재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로 미 본토를 공격할 능력을 갖출 거라는 미 정보당국 평가 등이 나오면서 우려와 강경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8일 한밤중의 미사일 발사로 미국의 대북 강경론은 더욱 거세지게 됐다.
그런데도 북한은 남쪽의 대화 제안엔 아무런 응답을 않고, 오히려 ICBM급 미사일 시험발사로 대응했다. 문재인 대통령의 ‘베를린 구상’은 미국의 강경함과 북한의 요지부동 사이에 끼어 활로를 찾기 어렵게 됐다. 문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 발사 직후 국가안전보장회의 전체회의를 소집해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잔여 발사대 4기의 추가 배치를 긴급 지시한 것은 우리 정부의 기류 변화를 잘 보여준다. 안타까운 악순환의 연속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은 핵과 장거리미사일 개발로 체제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무력시위는 상황을 악화시킬 뿐이다. 우리 정부도 한반도 위기가 고조되는 상황에서 단호하되 냉철한 대응 기조를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