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7월 한달 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을 연달아 시험 발사함으로써 누가 뭐라 하든 내 갈 길을 가겠다는 뜻을 행동으로 보였다. 그러나 북한의 군사적 모험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한반도와 국제사회의 평화에 대한 중대 위협이라는 점에서 더 큰 제재와 압박을 불러들이는 자충수다. 북한은 군사적 강공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것이 없고 오히려 국제적 고립이 심해질 것임을 분명히 깨달아야 한다.
북한이 28일 발사한 화성-14형 미사일은 앞서 발사한 미사일보다 성능이 한층 개량된 것이어서 국제사회가 느끼는 위기감도 그만큼 크다. 우선 고도와 거리가 크게 늘었다. 북한은 관영매체를 통해 이번 미사일이 고도 3724.9㎞까지 상승해 998㎞를 날아갔다고 발표했다. 지난번 발사 때보다 최대 고도가 900㎞가량 늘어나 정상 각도로 날아갈 경우 사거리가 1만㎞ 전후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미국 동해안까지 포괄할 수 있는 거리여서 사실상 미국 전역이 사정권 안에 들어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발사 시점과 장소도 우려를 키운다. 북한은 그동안 미사일 발사 시험을 주로 날씨가 맑고 시야가 트인 시각에 했지만 이번에는 늦은 밤을 이용했다. 또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였던 장소가 아닌 자강도를 택해 허를 찔렀다. 아무 때, 아무 곳에서나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음을 과시한 셈이다.
북한은 이번 미사일 발사로 자신들이 느끼는 위협에 대한 전략적 안전을 확보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험 발사 성공 뒤 “이 정도면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우리 국가를 감히 건드리는 날에는 미국도 무사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제대로 이해했을 것”이라고 한 데서 이런 속내를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 아무리 미국의 위협을 강조하더라도 이런 무모한 행동은 국제사회에서 인정받을 수 없고 제재와 압력만 키울 뿐이다.
북한의 군사적 모험이 동북아와 한반도의 긴장을 고조시킴으로써 남북 어느 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 자기파괴적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북한은 알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초 ‘베를린 구상’을 밝히면서 북한에 대화 제의를 했지만 북한은 그동안 아무런 응답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까지 남쪽의 제안을 무시하면서 군사적 행동을 들이미는 것은 북쪽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날려버리고 반감만 불러들인다. 북한은 전략적 방어망을 구축하면 정권의 안전이 확보된다고 믿고 싶겠지만, 이런 자해적 방법으로는 현재의 고립을 타개할 수 없다. 국제사회의 요구에 응해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만이 살길임을 깊이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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