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1일 육군 제2작전사령부 사령관인 박찬주 대장 가족의 공관병 ‘갑질’ 의혹과 관련해 감사에 착수했다. 전날 군인권센터가 박 대장 가족이 공관병, 조리병, 보좌관들을 ‘노예’ 부리듯 해왔다는 의혹을 제기한 데 따른 것이다.
아무리 군대 조직이 계급 위계가 엄격하고 공관병의 임무가 공관 관리라 해도, 군인권센터가 밝힌 박 대장 가족의 행태엔 입이 다물어지지 않는다. 인권의식은커녕 기본적으로 공사 구분이 되지 않는 이가 수만 장병의 지휘관이었다는 사실이 참담하다. 사병들은 공관 관리나 사령관 보좌뿐 아니라 빨래, 다림질, 텃밭 가꾸기 등 사적 업무를 전담해야 했는데, 사령관 부인은 소파와 바닥에 떨어진 발톱과 각질 청소까지 시켰다고 한다. 조리병은 큰아들이 밤늦게 오는 날이면 대기하고 있다가 간식을 준비하고, 공관병은 공군 병사로 복무 중인 둘째 아들의 속옷 빨래도 했다. 이게 나라를 지키러 간 군대에서 할 일인가.
장병 표준 일과는 무용지물이었다. 공관병은 사령관이 새벽기도를 가는 새벽 6시부터 잠드는 밤 10시까지 항상 대기를 해야 했다. 모욕적·위협적 언사도 있었다고 한다. 사령관 부인은 명절 선물 상자들을 열다가 썩은 과일들을 공관병에게 집어던지는가 하면 미나리를 다듬는 조리병의 칼을 뺏고 “너는 제대로 하는 게 아무것도 없다”고 소리를 지르며 칼을 허공에 휘두르기도 했다고 한다.
군인권센터는 공관에 공관병이 쓸 수 있는 전화가 없고 공관 밖 외출도 금지당한 탓에 이들의 신고가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2년 전 공군참모총장이 운전병에게 관용차로 자신의 아들을 홍대 클럽에 데려다주라는 명령을 했던 사건이 인터넷 제보로 폭로된 뒤 인터넷 사용도 일체 금지됐다는 것이다.
사병 간 가혹행위 등 인권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군은 매번 개선을 다짐해왔다. 하지만 이런 지휘관이 있다면 군의 다짐이 무슨 소용인가. 박 대장은 이날 전역지원서를 제출했는데, 이와 별개로 철저한 감사와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 자격 없는 지휘관에 대한 일벌백계야말로 진정으로 군의 사기를 살리는 첫발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자신의 공관병부터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기로 한 것을 계기로 공관병 제도 개선안도 신속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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