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2차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 발사 이후 미국이 연일 초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언론에선 ‘북한정권 교체론’까지 나온다. ‘최대의 압박과 관여’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북정책 중 ‘압박’이 최고조에 달한 느낌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북정책의 또다른 축인 ‘관여’의 움직임은 찾아볼 수 없다. 아무리 상황이 엄중하다고는 하지만, 압박 일변도로만 가는 트럼프 행정부에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할 의지와 해법이 있는지 의구심이 일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의 일방적 압박 정책은 북한 핵·미사일의 고도화는 막지 못하고 한반도 주변 정세를 더 큰 위기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높다.
지금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역할론’에 모든 것을 걸고 중국을 몰아붙이는 데 여념이 없는 것 같다. 그러나 북한을 압박하기 위해 중국을 압박하는 ‘이중의 압박 정책’이 실질적인 효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과거 조지 부시 정권과 버락 오바마 정권은 줄곧 중국 역할론에 매달렸지만 미국이 얻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중국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에 일차적으로 책임을 져야 할 미국이 중국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항변하는데,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없다. 미국이 중국의 반발을 무시하고 무턱대고 계속 밀어붙이기만 하면 사태 해결은 더 어려워진다. 중국이 국제사회 일원으로서 북한 핵·미사일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는 것은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중국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압박 카드만 쓰는 것은 현명한 처사라고 보기 힘들다.
트럼프 행정부에 지금 필요한 것은 ‘군사적 선택’ 또는 ‘정권 교체’(레짐 체인지) 같은 초강경 발언이 아니라 북한을 대하는 발상의 전환이다. 미국은 북한 미사일 발사의 목표가 미국에 대한 군사적 타격이 아니라 북-미 간 직접대화와 협상이라는 대북 전문가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미국이 대북 적대정책을 거두어들이라는 것은 북한의 일관된 요구이기도 하다. 이런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북한의 핵과 장거리미사일 실험은 앞으로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이런 때일수록 한국정부의 역할이 중요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휴가에서 돌아오는 대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대북 압박 공조만 이야기할 것이 아니라 한-미가 압박 외에 다른 수단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창조적인 발상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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