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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자유한국당의 우스꽝스러운 ‘혁신 선언’

등록 2017-08-02 17:43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2일 ‘신보수주의’를 표방하는 혁신선언문을 발표했다. 긍정적 역사관을 바탕으로 대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 서민 중심 경제와 글로벌 대한민국을 지향한다는 것인데, 그럴듯한 말들만 가져다 놓았을 뿐 제대로 된 혁신과는 거리가 멀다. 9년 동안 나라를 운영했던 보수정당의 혁신선언이라고 하기엔 내용도 너무 조잡하다. 정연한 논리도, 보수의 품격도, 결연한 각오도 찾아볼 수 없는 한편의 블랙코미디를 보는 듯하다.

우선, 혁신의 바탕은 과거에 대한 성찰인데 뼈저린 반성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선언은 “계파정치를 극복하지 못하고 눈앞 이익만 좇다 야당으로 전락” “무사안일주의와 정치적 타락은 총선 실패, 대통령 탄핵, 대선 패배로 이어졌다”고 했는데, 말 그대로 ‘무사안일한’ 반성일 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른 국정농단은 아예 언급도 하질 않았다. 총선·대선에서 대패한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얼버무린 수준이다. 현실에 대한 냉철한 반성이 없으면 혁신도 없는 법이다.

선언은 대의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 “광장 민주주의 같은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을 막고, 다수의 폭정에 따른 개인 자유의 침해를 방지”해야 한다고 했다. 현대 민주주의는 대의제를 근간으로 하되 직접 민주주의가 이를 보완하는 형태로 작동한다는 건 상식에 속한다. ‘혁신’을 말하면서 직접 민주주의의 위험이나 다수의 폭정을 막아야 한다고 하는 건 난센스다. 지난해 촛불시위에 대한 트라우마라고밖에 볼 수 없다.

선언은 또 신보수주의가 “따뜻한 공동체의 발전을 추구한다”며 “부자에게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는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고 했다. 이 말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헤아리기 어렵다. 현대 민주주의는 모든 이에게 공평한 기회를 보장한다. 특히 힘없고 가난한 이들에게 우선적으로 기회를 주는 것이야말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가는 첩경이다. 부자에게 자유를 준다는 건 결국 기득권층·부유층의 이익을 대변하겠다는 노골적인 선언이다. 그나마 포함된 ‘서민 중심 경제’라는 표현이 시장경제에 반한다며 혁신위원 한 명이 사퇴했다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도대체 자유한국당은 보수 정치를 어디까지 추락시킬 셈인가. 무더운 여름 자유한국당의 ‘혁신 소극’을 보니 답답함만 더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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