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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국정농단 주역·부역자들의 뻔뻔한 ‘사법농단’

등록 2017-08-03 17:56

국정농단 사건 재판이 ‘사법농단’에 직면하고 있다. 사건의 주범 격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물론이고 뇌물공여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그룹 임원들이 하나같이 출석 거부나 증언 거부, 진술 번복 등으로 ‘실체적 진실’에 접근하는 걸 사실상 방해하고 있다. 국민이 위임한 권력을 측근의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맘대로 휘두르고, 국민의 노후자금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고도 반성은커녕 재판 절차까지 농락하고 있는 것이다.

박 전 대통령은 2일 열린 이 부회장 뇌물공여 사건 재판을 비롯해 지금까지 세차례나 구인장 집행을 거부하고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건강상 이유를 들었으나 3일 자기 재판엔 나온 걸 보면 의도적인 출석 거부가 분명하다. 삼성과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공소사실의 큰 틀을 흔들어 보겠다는 얄팍한 계산으로 보인다.

그러나 법원이 발부한 정당한 영장조차 거부하는 것은 사법 절차를 무시하고, 지켜보는 국민을 우롱하는 행동이다. 이미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떠밀고 특검 조사에도 불응한 것은 물론이고 압수수색 영장까지 거부하더니 마침내 재판 절차까지 걷어차고 있다. 대통령까지 지낸 인사로서 최소한의 염치나 책임감을 모두 내팽개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태도는 삼성 임원들도 마찬가지다. 이재용 부회장은 2일 열린 피고인 신문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은 “사장들과 미래전략실이 한 일”이라며 경영권 승계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등 임원들은 이에 맞춘 듯 이 부회장은 몰랐고 정유라씨 지원도 자신들이 주도했다고 진술했다. 박 전 대통령 뇌물 등 사건 때는 일제히 증언을 거부하더니, 위증죄 책임이 없는 피고인 신문을 통해선 특검 진술을 번복했다.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보장하는 묵비권과 방어권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것 자체를 비난하긴 힘들다. 그러나 과거 삼성그룹 승계를 둘러싼 여러 사건에서 봤듯이, 사주 모르게 합병을 진행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정유라씨의 법정 증언에다 안종범 수첩, 최근 발견된 청와대 캐비닛 문건 등 국정농단의 증거와 증언은 많다.

국정농단 주범과 부역자들의 ‘사법농단’은 단죄의 당위성을 더욱 확인시켜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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