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1월부터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4%로 단일화하기로 했다. 사인 간 돈거래에 적용하는 이자제한법의 최고 금리를 연 25%에서 24%로 낮추고, 대부업법 시행령을 고쳐 등록 대부업자와 여신금융업자의 대출에 적용하는 최고 금리도 연 27.9%에서 24%로 낮춘다. 대부업법의 법정 최고 금리를 연 34.9%에서 27.9%로 낮춘 게 지난해 3월의 일이니 추가 인하 속도가 빠른 편이다. 이자상한선을 더 낮추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이번 조처는 법정 최고 금리를 30년 만에 외환위기 이전 수준으로 되돌린다는 의미가 있다. 외환위기 전 우리나라 이자제한법은 연 25%를 법정 최고 금리로 규정하고 있었다. 그보다 높은 금리로 돈거래를 하는 것은 ‘약탈적 대출’로 보고 금지했다. 그러나 외환위기를 맞아 은행 이자율이 연 30%대로 치솟자, 국제통화기금의 권고에 따라 이자제한법을 폐지했다.
그 뒤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돌이켜보면 참담하기만 하다. 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한 신용불량자가 수백만명으로 불어났고, 고리대의 덫에 걸려 인신매매를 강요당하는 사람들까지 생겨났다. 약탈적 금융이 횡행하자 정부는 2002년 대부업법을 제정하고, 2007년 이자제한법을 부활했다. 하지만 대부업의 최고 금리는 시행 초기 연 66%로 약탈적 금융을 금지하는 수준을 크게 웃돌았다. 지금은 연 27.9%로 낮춰져 있는데, 이 또한 외환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법정 최고 금리를 연 20%로 낮추겠다고 약속했다. 바람직한 방향이다. 성장률이 하락하면 시장 이자율도 떨어진다. 저성장 시대에 맞춰 약탈적 대출의 기준이 되는 법정 최고 금리도 낮춰야 마땅하다. 현재 일본과 싱가포르는 법정 최고 금리가 연 20%, 말레이시아는 연 18%다. 우리나라는 높은 편이다.
이자 제한 제도도 가격 규제의 일종이라 한계가 있다. 법정 최고 금리를 지나치게 낮게 정하거나 한꺼번에 큰 폭으로 내리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일부 저신용자는 아예 돈을 못 빌리게 될 수도 있다. 이들은 불법 대부 시장에서 높은 금리로 돈을 빌리려는 유혹에 빠져들지도 모른다. 정부는 불법 사금융을 엄히 단속하고, 저소득 저신용 계층이 고리 대출에 의존하지 않게 서민 대상 정책금융을 확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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