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영 순천대 교수가 차관급인 과학기술혁신본부장으로 임명되자 학술·보건의료 분야 단체들이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다. 박 교수는 ‘황우석 사태’에 책임을 지고 2006년 청와대 과학기술보좌관에서 사퇴했던 사람이다. 막대한 예산을 주무르는 과학기술정책 컨트롤타워의 사령탑에 박기영 교수를 다시 기용한 건 이해할 수 없다.
우선, 도덕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 박 교수는 희대의 과학기술 사기극인 ‘황우석 사태’를 만들고 키운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 황우석 팀에 256억원의 연구비를 몰아주는 데 앞장섰고, 복제 실험이 법률에 위반되지 않도록 규제를 완화하는 데 도움을 줬다. 결국 거짓으로 드러난 황우석 교수 논문의 공동 저자로도 참여했는데, 어떤 기여도 없이 논문에 ‘무임승차’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황 교수로부터 석연치 않은 연구비를 지원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 사람이 과학기술 혁신을 진두지휘할 역량이 있을지 의문이다. 박 교수는 청와대 담당 보좌관으로서, 황우석 사태 처리 과정에서 커다란 문제를 드러냈다. 황 교수로부터 줄기세포 오염사고를 전달받고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았고, 연구원 난자 기증 의혹이 불거졌지만 거짓으로 보고했다. 황 교수의 거짓말을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채 속아 넘어갔으니 과학정책의 보좌 능력을 의심받기에 충분하다.
이번 사안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매우 안이한 것 같아서 우려스럽다. 청와대 관계자는 “과거 행적이나 철학이 결정적으로 새 정부에 배치되지 않으면 (인사에) 결정적 하자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온 나라를 혼란에 빠트리고 국가적 망신을 초래한 사건의 핵심 책임자인데 결정적 하자가 아니라니, 무슨 얘기인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가 인재를 폭넓게 구하지 않고 자꾸 친분 있는 사람 중심으로 ‘알음알음 인사’를 한다면 그동안의 ‘참신한 인사’도 빛이 바랠 것이다.
청와대가 박기영씨 기용을 그대로 강행한다면, 정부의 과학기술 정책뿐 아니라 인사 기준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가능성이 크다. 관련 분야의 비판 강도로 보건대 앞으로 박 교수가 권위 있게 직책을 수행하기도 어려워 보인다. 과학기술 분야에 사람이 없으면 몰라도, 이번 인사는 하루빨리 철회하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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