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가 6월 말 기준 1400조원에 육박한 가운데, 시중은행들이 6년 만에 최대 이익을 냈다. 돈을 많이 번 게 문제될 일은 아니다. 다만 은행들이 앞다퉈 손쉬운 주택담보대출에 치중하면서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시중자금이 생산적 분야가 아닌 부동산으로 흘러 국가경제 전반에 부담을 주는 게 문제다.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은행들이 공공성은 외면한 채 ‘전당포식 영업’을 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금융감독원이 8일 발표한 ‘국내 은행의 2017년 상반기 영업실적’을 보면, 신한·케이비국민·케이이비하나·우리 등 6개 시중은행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4조6천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3조4천억원)보다 35% 증가했다. 현대건설 주식 매각이라는 특별이익(3조1천억원)이 발생한 2011년 상반기의 6조9천억원 이후 최대다. 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인 예대마진 확대를 통해 이자이익을 늘린 덕분이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이후 대출이자는 최대한 올리고 예금이자는 낮추는 방식으로 수익을 극대화한 것이다. 이를 통해 이자이익으로 10조원을 남겼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6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의 영업 관행을 “전당포식 영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1990년대만 해도 가계대출을 전담했던 국민은행과 다른 은행의 영업 방식에 차이가 많았으나 지금은 모두 국민은행화했다”며 “주택담보대출을 통해 이윤 극대화를 추구하는 영업 행태가 ‘경제적 공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전체 은행 대출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8%에서 지난해 43%로 급증했다. 금융당국은 앞으로 혁신적 중소기업 등 생산적 분야에 자금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금융시스템을 정비할 방침이다.
정부가 관여해서가 아니라, 은행 스스로 변해야 한다. 케이뱅크에 이어 지난달 27일 출범한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가 8일 200만번째 계좌를 개설했다. 2주일도 안 되는 짧은 기간에, 전체 은행의 지난해 비대면 계좌 개설 건수 15만건의 13배를 넘는 실적을 올렸다. 금융에 정보기술을 접목해 시중은행보다 대출이자는 낮고 예금이자는 높은 상품을 내놓은 게 주효했다. 땅 짚고 헤엄치기 식의 ‘이자 장사’에 안주해서는 더이상 살아남기 힘들어진 세상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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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시중은행 주택자금대출 창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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