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무일 검찰총장이 8일 개혁 구상을 공개한 데 이어 9일 법무·검찰 개혁위원회가 출범함으로써 검찰개혁 작업이 본격화했다. 민간인 17명으로 구성된 위원회(위원장 한인섭 서울대 교수)는 11월까지 개혁 방안을 마련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법무부의 탈검찰화와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신설은 물론 검찰의 영장청구권과 인권수사 방안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를 다룰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국민 뜻을 무겁게 받들어 적폐청산·인권보장·국민참여 시대를 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이 바라는 개혁 1순위가 검찰이란 점에서 위원들의 분발이 절실하다.
검찰개혁이란 기준에서 보면, 문 총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구상은 다소 실망스럽다. 물론 인혁당 사건이나 유서대필 조작사건 등 과거사에 대해 검찰 사상 처음으로 공식 사과한 점은 평가할 만하다. 또 수사의 투명성 제고를 위해 수사심의위 제도 도입 구상을 내놓고, 인사청문회에서 밝힌 대로 앞으로 국회와 언론에도 자주 나서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개혁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무엇을, 왜 잘못했는지 드러내는 절차가 선행돼야 한다. 피해자들에게 “기회가 되는 대로 위로의 말씀을 전달”한다고 비뚤어진 ‘과거’가 청산되는 게 아니다. 과거사진상규명위를 꾸려서라도 제대로 재조사하고, 필요하면 비상상고 등 재심 절차를 스스로 마련해야 한다. 법적으로 바로잡고 재발 방지를 위해 제도를 고친 뒤에야 명예회복과 사과를 통한 진정한 청산이 이뤄질 수 있다.
최근의 ‘국정농단’ ‘검찰농단’ 사건도 마찬가지다. 진상규명이 먼저다. 원세훈 우병우 등의 재판 증거 보강에 그칠 게 아니라 필요하면 원점에서 재수사하고, 검찰 내부의 잘못을 성역없이 드러내야 한다. 엊그제 저지른 잘못은 감춰두고 옛일만 바로잡는다면 ‘청산 쇼’밖에 되지 않는다. 국정농단 사건 재수사뿐 아니라, 국정원 적폐와 마찬가지로 ‘검찰 적폐’를 스스로 씻어내기 바란다.
문 총장은 반부패특별수사단을 축소하는 등 특별수사 총량을 줄이겠다면서도 공수처 신설이나 수사권 조정 등 검찰개혁의 핵심 내용에 대해선 여전히 유보적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논의가 이뤄지면 참가할 부분만큼 참가하겠다”는 소극적 태도로는 검찰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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