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1년5개월여 만이다. 한국감정원이 10일 발표한 ‘8월 첫주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전주보다 0.03% 떨어졌다. 하락 폭이 미미하지만 서울 아파트값이 떨어진 것은 지난해 2월 말 이후 처음이다. 특히 집값 과열의 진원지인 송파구(-0.22%)와 강동구(-0.2%) 등 강남권의 하락 폭이 컸다.
강력한 투기 억제책을 담은 ‘8·2 부동산 대책’의 영향으로 보인다. 대출 규제, 분양권 전매 제한, 양도소득세 강화 등의 조처가 투기 심리를 일단 잡은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아파트값이 하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실수요자가 아니면 투기지역이나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곳에서 대출을 받아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는 게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과거 경험에 비춰 보면, 조만간 ‘부동산 시장 냉각’ ‘경기침체 우려’ 등 호들갑을 떨며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쏟아져나올 것이다. 정부는 절대 흔들리지 말고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 한다. 주택 시장을 정상화하는 데 모든 정책 역량을 투입해야 할 때다.
지금 주택 시장은 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다. 강남의 전용 84㎡ 재건축아파트 가격이 30억원에 이르고, 분양가가 3.3㎡당 5천만원에 육박하는 아파트가 나오고 있다. 비정상도 이런 비정상이 없다. 이런 아파트들이 주변 집값까지 끌어올리고 시장 불안을 전국적으로 확산시켜 중산·서민층의 내 집 마련 꿈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한국감정원 조사를 보면,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이 5억7933만원이다. 지난해 가구당 평균 연소득이 5279만원인 것을 감안하면, 온 집안이 11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겨우 살 수 있다.
8·2 부동산 대책은 비정상적인 주택 시장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부동산 투기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대를 포기하게 만들어야 한다. 이번 대책에서 제외된 곳에서 과열 조짐이 나타나면 즉각 투기과열지구나 투기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를 부활하고 투기세력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상시화해야 한다. 보유세 강화 카드도 언제든지 꺼낼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해둬야 한다. 대출 규제를 좀더 촘촘히 짜 투기 수요를 싹부터 잘라낼 필요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달 중순 발표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중요하다.
서민층 주거 불안 해소를 위해서는 투기 억제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무엇보다 전·월세 안정이 절실하다.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꺾이면 전·월세로 수요가 몰려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 정부가 9월 내놓을 예정인 ‘주거 복지 로드맵’에 전·월세 상한제와 계약갱신청구권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무주택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공공임대주택과 공공지원임대주택 등 공적임대주택 공급 확대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킨 첫 정부가 되겠다는 목표로, 앞으로 5년을 추호의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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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 부동산 대책’이 발표된 2일 서울 서초구의 한 부동산중개소에 시세표가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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