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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징벌적 손배제, ‘3배 배상’으로 갑질 근절하겠나

등록 2017-08-13 18:34수정 2017-08-13 19:11

공정거래위원회가 13일 ‘유통 분야 불공정거래 근절 대책’을 발표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 유통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근절해 중소 납품업체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납품업체에 대한 대형 유통업체의 갑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나, 법·제도의 미비와 공정위의 소극적 대처로 좀처럼 시정되지 않았다. 공정위는 유통업에도 3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고 과징금 기준을 2배로 올리기로 했다. 또 대형 유통업체가 판촉행사에 납품업체 직원을 동원할 경우 인건비 분담을 의무화하고 사각지대에 있는 복합쇼핑몰과 아웃렛도 규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그래픽 김승미
그래픽 김승미
이번 대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징벌적 손배제 도입이다. 징벌적 손배제란 가해자의 부당행위가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일 경우 일반적 손해배상의 범위를 넘어서는 제재를 가하는 것으로 처벌적 성격을 갖는다. 공정위는 대형 유통업체의 악의적·고질적 불공정행위로 발생한 피해에 대해 배상금으로 피해액의 3배를 물리기로 했다. 납품대금 후려치기와 부당반품, 보복행위 등이 대상이다. 징벌적 손배제는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등을 막기 위해 2011년 하도급법에 처음 도입된 이후 개인정보보호법, 가맹사업법, 제조물책임법 등으로 확산됐다.

재계 일부에선 이 제도가 ‘이중 처벌’이라고 반발한다. 소송을 부추겨 기업 활동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징벌적 손배제는 일반적 불공정행위가 아니라 악의적이고 고질적인 경우에 적용된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 악의적·고질적 부당행위를 하지 않으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다. 그런데도 반대하는 것은 ‘갑질’을 계속하겠다는 배짱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배상금 규모를 3배로 한정해 실효성에 의문이 든다. 납품업체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계약 취소나 거래 중단을 각오해야 한다. 충분한 배상이 이뤄지지 않으면 나서기 힘들다.

징벌적 손배제의 또다른 목적은 예방 효과다. 거액의 배상을 통해 불법행위의 반복을 막고 다른 기업도 유사한 행위를 저지르지 못하도록 한다는 취지다. 부당행위의 유혹을 처음부터 차단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대 10배 수준으로 강화해 갑질이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징벌적 손배제의 취지를 살리려면 배상금 한도를 대폭 올려야 한다.

▶ 관련 기사 : 부당 감액·반품시킨 대형마트에 최고 3배 배상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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