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국립대 총장 선출’ 자율권 보장, 교육민주화 계기로

등록 2017-08-17 18:01수정 2017-08-17 20:44

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
고 고현철 부산대 교수.
“민주주의가 억압된 현실에 대한 인식이 대학과 사회 전반적으로 너무 무뎌져 있다. 진정한 민주주의를 위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 2015년 8월17일 교육부 방침에 따라 총장 직선제를 간선제로 바꾸려는 학교 시도에 항의해 스스로 몸을 던졌던 고현철 부산대 교수의 유서다. 그가 남긴 ‘무뎌졌다’는 말이 정권에 순치되거나 무기력해가던 대학 사회를 아프게 상징했다. 2년이 흐른 17일, 김상곤 교육부총리는 부산대에서 열린 고현철 교수 추모식에 참석해 “국립대 총장 선출에 대한 대학의 자율권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 사회가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또 하나의 신호다.

국공립대 총장 선출에 정부가 개입한 건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대표적인 ‘적폐’ 가운데 하나로 꼽혀왔다. 1987년 민주화 열기 속에 여러 대학이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지만, 이명박 정권이 ‘국립대 선진화 방안’을 앞세워 재정지원 사업을 ‘당근’ 삼아 간선제로 유도하며 포기하는 곳이 늘었다. 나아가 박근혜 정권은 간선제로 뽑힌 총장 후보자마저 1·2순위를 뒤바꿔 임명하는가 하면, 뚜렷한 이유 없이 유력 총장 후보자의 임명을 거부했다. 고 고현철 교수 투신 이후 부산대는 유일하게 직선제 총장이 임명된 국·공립 대학이 됐지만, 이후 ‘보복성’ 짙은 예산 삭감이 뒤따랐다. 정부의 재정 압박에 부산대 교수들은 급여 일부를 갹출하거나 책정된 교육비를 삭감당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전국 국공립대 38곳 가운데 공주대·광주교대·한국방송통신대 등 9곳이 현재 총장 공석 상태다. 길게는 3년 넘게 총장이 없는 곳도 있으며, 3개 대학은 교육부와 소송 중이다.

특히 지난해엔 청와대 ‘문고리 3인방’과 우병우 민정수석, 김기춘 비서실장 등이 국공립대 총장 임명에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와 ‘대학판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제기됐다. 학문의 자유를 보장받는 가장 민주적인 장이어야 할 대학이 돈에 휘둘려 직업학교화하고 권력에 휘둘려 비판의식이 거세되어온 게 지난 10년이었다.

이날 김상곤 부총리는 “정부가 재정지원 사업을 통해 간선제를 유도하던 방식을 폐지”하고 “대학이 선정해 추천한 후보자에 대해 대학 구성원들의 의사를 최대한 존중하는 방식으로 정부 인사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연한 얘기다. 지난 시기 총장 직선 과정에서 지역·전공·파벌에 따른 교수사회 분열이 나타나는 등 문제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 선택은 정부가 아니라 대학 사회가 해야 한다. 총장 선출 자율권 보장이 국공립대의 민주주의와 공공성 회복을 시작하는 첫걸음이 되길 기대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