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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소비자 속인 친환경 인증, ‘농피아’의 농락인가

등록 2017-08-20 18:13수정 2017-08-20 18:15

농림축산식품부가 지난 4~5월 달걀 유통조사 때 친환경 인증 달걀에서 기준치 이상의 비펜트린 살충제를 검출했다고 한다. 하지만 해당 달걀의 유통만 금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리거나 정밀 원인 조사에 나서지 않았다. 석연치 않다. 유럽 살충제 달걀 파동을 계기로 최근 조사를 해보니, 우리나라 친환경 인증 달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대거 나왔다. 친환경 인증제도가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을 속여 달걀을 비싸게 파는 장식에 불과했음이 드러난 꼴이다. 농산물품질관리원 퇴직자들이 인증 업무를 하는 민간업체에 다수 포진해 공무원과 유착하여, 엉터리 인증을 남발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떨쳐내기 어렵다.

정부의 산란계 농가 전수조사 결과는 놀라울 정도다. 조사 대상 1239개 농장 가운데 49곳에서 시중에 유통하면 안 되는 수준의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 친환경 농장 683곳 가운데 31곳(4.5%), 일반농장 556곳 중 18곳(3.2%)에서 살충제 성분이 나왔으니, 친환경 농장의 검출 빈도가 더 높다. 친환경 인증업체들은 무얼 하고 있었으며, 이들을 관리하는 농산물품질관리원은 도대체 어떻게 일을 한 것인가. 농관원 출신이 대표인 두 업체한테 친환경 인증을 받은 농장 6곳에서 살충제가 검출된 것을 보면, 문제가 단순한 실수에서 비롯한 것은 아님이 분명해 보인다.

썩은 내가 진동하는 이 그림은 낯설지가 않아서 더 뼈아프다. 해양수산부 출신 인사들이 낙하산으로 내려간 한국해운조합, 한국선급 등이 과적 점검이나 선박 안전검사를 엉터리로 한 게 드러난 세월호 사고 때와 판박이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이번 사태를 수습하는 대로 (퇴직 공무원의 인증업체 취업에 대한) 감사를 벌여 실태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그저 실태조사에 머물러선 달라질 게 없다. 검은 유착을 막기 위해 단호하고 과감한 조처를 해야 한다. 친환경 인증 농가가 살충제를 사용해도 기준치 이하로 검출되면, 인증 딱지만 떼고 일반 달걀로 유통할 수 있다는 점도 황당하다. 소비자를 속이고, 인증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사람은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 이번 일을 대충 넘기면 안 된다. 생산자의 도덕성을 지키고, 소비자의 신뢰를 단단하게 쌓아갈 수 있는 방향으로 친환경 인증제도와 운용을 전면 개편해 새출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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