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시작되는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연합연습에 참가하는 미군 병력이 지난해보다 7500명 줄었다고 한다. 고강도 위기 국면에서 미군이 병력을 증원하지 않고 오히려 줄인 것은 훈련 규모 축소로 볼 여지가 있다. 북한이 괌 포위사격 계획을 잠정 연기하고 추가 도발을 하지 않은 데 대해 미국이 나름의 성의를 보였다고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부는 훈련 축소가 아니라고 부인만 할 게 아니라 상황을 지혜롭게 관리해 한반도 ‘긴장모드’를 ‘평화모드’로 바꾸는 전환점으로 적극 발전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미는 동맹 차원의 연례적 방어훈련이라고 하지만 북한은 민감하게 반응하며 반발해 왔다. 한·미의 대규모 군사훈련 때마다 도발의 수위를 더욱 끌어올렸다. 지난해 을지훈련 기간에 잠수함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를 한 게 대표적 사례다. 수십년째 되풀이돼온 양상이다. 이번 훈련은 최고조에 이르렀던 한반도 위기가 채 가라앉지 않은 국면에서 진행된다. 한·미가 공격적 훈련을 진행하고 여기에 북한이 도발로 맞선다면 어떤 파국으로 흐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한·미가 훈련 규모를 축소하고 이에 맞춰 북한도 도발을 자제한다면 대치 국면을 대화 국면으로 바꾸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다.
한·미가 예정대로 훈련을 진행하면서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조처는 최대한 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군이 이번 훈련 기간에는 B-1B 폭격기 등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해온 전략자산을 한반도에 전개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충분히 검토할 만한 조처다. 우발적, 국지적 충돌이 전면전으로 번질 위험이 상존하는 위기 국면에서 굳이 한반도 상공에 위협적 무기를 전개해 북한을 자극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미의 훈련 축소가 평화의 징검다리로 작용한 전례도 있다. 남북은 1991년 팀스피릿 훈련을 중단하기로 합의했는데, 이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으로 이어졌다.
북한도 무모한 무력 도발로는 얻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현실을 똑바로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일체의 군사행동을 중단해야 한다. 북한은 이번 한-미 연합훈련을 두고 “붙은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라며 위협했는데, 다른 해보다 강도가 높지 않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은 모처럼 마련된 해빙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어느 때보다 냉철하고 신중하게 행동해야 할 것이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