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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5·18 정신’ 국민 속으로 싣고 달린 ‘택시운전사’

등록 2017-08-20 18:17수정 2017-08-20 19:05

5·18 광주항쟁을 그린 영화 <택시운전사>가 개봉 19일 만에 천만 관객을 불러 모았다. 광주항쟁을 소재로 삼은 영화는 그동안 여러 편 나왔지만, ‘1천만 관객’을 넘어선 영화는 <택시운전사>가 처음이다. 제약된 제작 여건 속에서 투혼을 발휘한 장훈 감독과 택시기사 김사복이라는 인물 속에 혼을 불어넣은 송강호씨를 비롯한 배우·제작진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송강호.
영화 <택시운전사>의 주인공 송강호.
<택시운전사>는 1980년 5월 광주의 참상을 기록해 세계에 알린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계엄군의 삼엄한 경계를 뚫고 기자를 광주까지 데리고 들어간 김사복의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다. 이 작품이 뜨거운 호응을 얻은 것은 평범한 외부인의 눈으로 광주의 진실을 알아나가는 과정이 관객의 눈높이와 맞아떨어졌기 때문일 것이다. 전화기 너머 딸에게 ‘아빠가 손님을 두고 왔어’라는 말을 남기고 계엄군에 포위된 광주로 돌아가는 김사복은 ‘사람의 도리’가 저항의 동력이었음을 웅변한다. 5·18은 광주의 수많은 김사복들이 진압군의 잔인성을 두고 볼 수 없어 두려움을 떨치고 뛰어든 시민항쟁이었다. <택시운전사>는 5·18을 보편적인 휴머니즘의 빛으로 재조명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로 만들어냈다.

그러나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5·18 항쟁을 왜곡하고 폄훼하는 움직임이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군 침투설 따위를 사실인 양 기술한 <전두환 회고록>이 단적인 사례다. 이 책이 법원에서 출판·배포 금지 처분을 받은 것이 당연한 일이다. 이뿐 아니라 인터넷에는 5·18 현장을 목숨 걸고 취재한 힌츠페터를 북한의 간첩으로 묘사하는 악의적인 거짓 주장들이 떠돌아다닌다. 힌츠페터는 5·18의 진실을 알린 사람일 뿐만 아니라 한국 민주화 과정을 현장에서 취재하다 목과 척추를 다친 ‘민주화 공헌자’이기도 하다. 그런 사람을 간첩으로 모는 것은 민주주의에 대한 모독이다. 유럽에서 나치의 유대인 학살을 부정하는 것을 법으로 다스리듯, 5·18에 대한 허위사실을 퍼뜨리는 행위를 범죄행위로 단죄할 수 있도록 입법화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광주 참상을 알린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광주 참상을 알린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
광주항쟁은 3·1운동, 4·19혁명을 잇는 한국 민주주의 역사의 자랑스러운 유산이다. <택시운전사>와 함께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루어낸 5·18 항쟁의 정신이 국민의 가슴속으로 퍼져 민주주의의 흔들리지 않는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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