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통신비 인하 대책이 용두사미가 되는 모양새다. 이동통신 3사의 반발에 밀려 기본료 폐지가 중장기 과제로 넘어가더니 대안으로 제시된 선택약정할인(요금할인) 확대마저 반쪽짜리가 됐다. 선택약정할인은 소비자가 단말기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정부는 할인율을 20%에서 25%로 확대하기로 했으나, 기존 가입자 1400만명에 대한 적용 여부는 이통 3사의 자율에 맡기기로 했다. 국민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다.
지난 대선에서 여야 가릴 것 없이 통신비 인하를 공약으로 내세운 것은,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통신사들이 막대한 이익을 챙기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 가구(2인 이상)의 월평균 통신비는 14만4천원이다. 웬만한 4인 가구는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가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6%로 의식주, 교육비, 교통비 다음이다. 반면 이통 3사는 지난해 3조6천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2015년에 비해 14%나 증가했다.
통신비 인하와 관련해 정부는 시종일관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이통 3사의 반발은 어찌 보면 당연히 예상됐던 일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통신비 인하를 이끌어낼 구체적인 방법도 없이 통신사들의 협조에만 기댔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이통 3사 대표들과 만나 이해를 구하면 모든 것이 해결될 것”이라고 했지만 통신사들이 사실상 거부해 만남이 무산되는 수모를 겪었다. 이런 식이라면 취약계층 1만1000원 요금 감면과 2만원대 보편적 요금제 도입 등 나머지 대책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이통 3사들이 “통신비 인하는 과도한 시장 개입”이라며 법적 대응 운운하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통신서비스는 전파와 주파수를 기반으로 하는 공공재 성격이 강하다는 점에서 일반 상품과 다르다. 전기통신사업법이 “통신서비스는 저렴하고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공공서비스를 위임받은 사업자라는 점에서 이통 3사들이 시장 논리만을 앞세우는 것은 옳지 않다.
과기정통부의 22일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통신비 인하 문제가 주요하게 다뤄질 예정이다. 정부는 원점에서 다시 검토해 국민 대다수가 혜택을 체감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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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회원들이 6월15일 서울 종로구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앞에서 통신비 인하 통신비 인하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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