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4개 권역에서 열린 2021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개편안 공청회가 21일 충남대를 끝으로 마무리됐다. 교육부는 한 글자도 고치지 않은 채 31일 두가지 시안 중 하나를 선택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우려스러운 일이다. 지금 방식은 ‘무엇이 좋으냐’가 아니라 ‘무엇이 덜 나쁘냐’를 두고 선택을 강요하는 꼴이다.
지난 10일 두가지 안을 내놓을 때부터 걱정했지만, 공청회 뚜껑을 여니 논란은 더 커졌다. 국어·수학·탐구(택1)를 상대평가로 남겨놓는 1안은 ‘변별력 저하’라는 여론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공교육을 피폐화시켰다는 특정 과목 ‘올인’ 현상을 강화할 뿐임이 자명하다. 다음에 확대한다고 해서 ‘변별력 저하’라는 반발이 또 없을 것인가. 문제점만 더 부각될 게 뻔하다. 전과목 절대평가인 2안의 경우, 교육부는 동점자 처리 방식 등 보완책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새 교육과정 목표가 ‘통합인재 육성’이라면서 문·이과 구분은 그대로 두고 수험생 부담도 줄지 않았다. 이러다보니 교육부가 1안을 염두에 뒀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교육계에서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다’는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지난 정권 때부터 1년4개월간 검토했다는 수능개선위원회, 그리고 교육부의 책임이 크다.
특히 공정성 논란이 거센 학생부종합전형(학종)에 대한 개선책 제시 없이 수능만 절대평가를 하겠다는 방침은 1, 2안 모두 학생·학부모들의 심각한 불안감과 불만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자사고·외고의 일반고 전환은 국가교육회의에 떠넘긴 상황이다. 고교체제·수능·학종·내신 등이 하나의 고리로 맞물려 돌아간다는 건 삼척동자도 아는 일이다. 당장 중3 학부모들은 어느 학교에 가야 할까 학원 컨설팅으로 몰린다고 한다. 이래서야 문재인 정부가 약속한 공교육 개혁이 무슨 동력을 갖겠는가. 새 정부 출범 100일을 맞아 갤럽이 벌인 조사에서 교육정책만이 유난히 낮은 35%대 지지율을 보이고 유보 의견이 많았던 것은 지금 교육 관련 논의들이 ‘땜질’식으로 보일 뿐, 전체 그림을 보여주지 못하는 탓이 크다.
새 교육과정에 도입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 과목의 입시 적용 방식을 되도록 빨리 결정하는 게 좋다는 걸 모르는 건 아니다. 하지만 교육부는 ‘3년 예고제’를 강조하면서도 이미 영역별 출제 범위나 문항 수 등은 내년 2월로 결정을 미뤄놓은 상태다. 공청회에선 개정 교육과정 적용을 아예 1년 미루고 국가교육회의 등을 통해 다시 검토하자는 의견이 나왔는데 귀기울일 만하다. 지금 같은 방식은 교육개혁 필요성의 공감보다 반감과 혼란만 키워 게도 구럭도 다 잃을까 걱정된다.
교육부는 두가지 시안 중 하나를 31일 양자택일하겠다는 방침을 재고해야 한다. 검토가 부족했음을 겸허히 인정하고 보완책과 일정을 함께 제시하길 바란다. 국민들은 더이상 ‘누더기’식 입시 제도를 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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