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22일 국회 발언을 보면, 그가 과연 공직을 수행할 자질과 자세를 갖췄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든다. 미숙하고 안이한 대응으로 질타를 받아온 류 처장은 ‘살충제 달걀 파동’ 혼선의 책임을 언론에 돌리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에게 사과한 마당에 주무 기관장이 이렇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
류 처장은 최근 이낙연 국무총리로부터 질책받았던 일에 대해 “총리께서 짜증을 냈다”고 표현했다. 귀를 의심하게 한다. 총리의 업무 질책을 짜증으로 받아들이는 기관장에게 어떤 공적 책임감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락가락하며 혼선을 부추겼다는 지적엔 “언론이 만들어낸 말”이라고 언론을 탓했다. ‘성인은 살충제에 오염된 달걀을 126개까지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단정적으로 발표한 데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자 “언론에선 발표하지 않는다고 난리였다”며 또다시 언론에 책임을 돌렸다.
류 처장은 임명 때부터 논란이 있었다. 약사 출신으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도왔던 그가 식품·의약품 안전관리 책임자로서 제대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물론, 그것 자체가 문제라고 하긴 어렵다. 더 큰 문제는 국민을 엄청난 불안에 빠트린 ‘살충제 달걀 파동’에서 드러난 그의 무능하고 무책임한 행태다. 오죽하면 이낙연 총리가 “제대로 답변 못할 거면 기자들에게 브리핑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질책했을까 싶다.
류 처장은 국민의 식품 안전을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를 맡기엔 이미 신뢰를 크게 잃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이런 잘못을 덮을 수는 없다. 류 처장은 왜 여당 의원들마저 자신에게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어떻게 하는 게 국민과 임명권자에 대한 도리인지를 깊이 생각할 때가 됐다.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22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문을 듣고 있다. 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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