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7월6일(현지시각)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서로 반갑게 손을 내밀고 있다. 베를린/연합뉴스
한국과 중국이 24일 수교 25주년을 맞았다. 한국전쟁 때 총부리를 겨눴던 한국과 중국의 수교는 동북아 지형을 바꾼 분수령이었다. 양국은 1998년 ‘협력동반자’, 2003년 ‘전면적 협력동반자’, 2008년 ‘전략적 협력동반자’ 등으로 관계를 격상해왔다. 중국은 이제 한국의 최대 수출·수입국이고, 한국도 중국의 수입 1위, 수출 3위국이다. 한국과 중국은 명실상부한 ‘25년 동반자’다.
그러나 두 나라는 수교 25주년 공동행사를 열지 않는다. 각국 대사관 별도 행사에도 양국 외교장관이 참석하지 않는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수교 이후 최악 상황으로 치달은 한-중 관계 현주소다. 관계 악화에는 중국 전승기념식 참석과 전격적인 사드 배치 결정 등 냉·온탕을 오간 박근혜 정부 책임이 크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문 대통령은 5월엔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반입에 대해 국방장관을 공개 질책하고 환경영향평가 실시를 결정했다가, 북한의 화성-14형 발사 직후인 7월29일 잔여 사드 발사대의 추가 ‘임시배치’를 전격 지시했다. 사실상 ‘사드 배치’ 메시지를 중국에 준 셈이다.
중국의 주요2개국(G2) 급부상 이후, 동북아에서 미-중의 전략적 이해관계는 협력보다 긴장을 높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한-중 수교 당시와는 전혀 다른 정세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중심을 못 잡으면 동북아 정세뿐 아니라 한-중 관계도 예전에 보지 못한 시련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달 한-중 정상회담에서 사드 문제를 중국의 ‘핵심 이익’으로 규정했다. 쉽게 타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이다. 사드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의 경제보복 조처는 하루아침에 원상복구되기 힘들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한국과 중국 모두 현 상황을 해결하려는 적극적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 정부 일각에선 올가을 중국의 19차 당대회가 끝나, 시진핑 2기 체제로 들어서면 자연스럽게 해결되지 않겠느냐는 낙관론에 기대려는 듯하다. 안일한 생각이다. 이런 상태를 지속하는 건 한·중 모두에 실이 너무 크다. 사드를 뛰어넘어 새로운 협력동반 관계로 나가기 위한 노력을 지금 당장 기울여야 한다. 중국 역시 세계 초강대국에 걸맞은 태도로 임해야 할 것이다. 한-중 관계 회복은 두 나라 외교의 최대 선결과제다. 두 나라는 비공개적으로라도 소통을 강화하고 다양한 대화 채널을 통해 기본적인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상호 이익의 공통점을 찾아나가는 진정한 ‘동반자 관계’를 정착시켜야 한다. 한국과 중국은 정치·안보·경제·사회적으로 이미 떼려야 뗄 수 없는 긴밀한 관계에 들어서 있다. 특히 한반도 문제에선 ‘비핵화, 전쟁 반대’라는 기조를 공유하고 있다. 수교 25년을 맞아 성숙한 한-중 관계의 정립을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