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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생리대 ‘공포’, 정부 전수조사 및 역학조사 나서라

등록 2017-08-24 17:59

살다살다 여성들이 이런 불안까지 겪게 될 줄은 몰랐다. 릴리안의 생리대 부작용 논란 파문이 일파만파다. 피해자 집단소송 준비모임엔 8000명 넘는 이들이 가입했다. 제조사인 깨끗한나라가 28일부터 환불 조처를 하겠다고 밝히고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이 제품을 매대에서 빼냈지만, 이 정도로 가라앉을 문제가 아니다. 불안감은 다른 제조사 생리대나 기저귀에까지 번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팀 조사 당시 이 브랜드의 두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TVOC)이 가장 많이 나온 사실이 최근 알려지며 불거졌다. 24일 여성환경연대가 제보 사례 3009건을 분석한 결과를 보면, 우선 생리량과 생리기간 감소 현상이 85.8%, 70.7%로 두드러졌다. 생리통 증가, 생리주기 변화나 염증 질환이 심해졌다는 사례도 상당했다. 사실 여성들로선 누군가에게 털어놓기가 껄끄러운 문제다. 대부분 나이가 들거나 생활습관 문제가 아닌지 ‘자기 탓’을 했을 뿐, 생리대가 원인일 수 있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 했을 것이다. 게다가 현대사회에서 일회용 생리대는 달걀처럼 ‘안 먹으면 그만’인 문제도 아니다. 지난해 비싼 가격 탓에 ‘깔창 생리대’ 문제가 터져나온 데 이어 독성 논란까지 이니, “이번 사태는 여성인권 문제”라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제조과정에 쓰이는 접착제가 문제일 것으로 추정했지만, 아직 인과관계가 분명하진 않다. 해외에도 휘발성유기화합물에 대한 관리기준이 마련된 경우는 없다고 한다.

그렇다고 정부 책임이 면해질 일은 아니다. 식약처 관계자는 지난 3월 이 세미나에 참석했지만 제품명도 파악하지 않았다. 논란이 커지자 23일 의약외품 정기품질 점검을 앞당기기로 했지만 전체 252개 품목이 아닌 53개만 점검 예정이다. 소비자 불안이 큰 만큼,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게 마땅하다.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관련 부처는 피해 사례 접수, 피해자들에 대한 건강 역학조사 실시 방안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화장품처럼 전 성분 표시제 도입도 서둘러야 할 것이다.

화학물질의 인체 유해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이 너무 많다. 이런 때일수록 신속하고 투명한 범정부적 대처만이 국민 불안을 더는 길임을 명심하기 바란다. 가습기살균제 사태 이후 몇년 뒤에야 역학조사가 이뤄지고, 그 뒤에도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던 모습을 국민들은 생생히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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