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을 눈앞에 둔 <문화방송>(MBC)의 김장겸 사장이 23일 “불법적이고 폭압적인 방식에 밀려 경영진이 퇴진하는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수가 출사표를 던지고 배수진을 친 듯 비장감이 묻어나지만, 김 사장의 말은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과 억지로 점철돼 있다. 스스로를 얽어매는 자가당착의 연속이다.
김 사장은 이날 ‘노조가 파업할 때마다 문화방송의 브랜드 가치가 뚝뚝 떨어졌다’며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 움직임을 비판했다. 그러나 아무리 상황이 불리하다고 해도 말은 바로 해야 한다. 문화방송 가치를 추락시킨 주범이 부패한 정권의 홍보기관 노릇을 떠맡은 경영진이라는 사실은 어린아이라도 안다.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능력 있는 기자, 피디, 아나운서들을 방출하고 해고한 경영진의 부당행위야말로 문화방송 몰락의 원흉이 아니고 무엇인가. 문화방송 구성원들이 파업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은 방송이 ‘정권의 나팔수’로 전락하는 것을 막아보고자 벌인 최후의 저항이었음을 모르는 사람이 없다.
김 사장은 ‘대통령과 여당이 압박한다고 해서 합법적으로 선임된 공영방송 경영진이 물러난다면,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이라는 가치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와 전면전을 선언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도무지 수긍할 수 없는 말이다. 김 사장과 문화방송 경영진은 공정방송과 언론자유를 요구하는 언론인들을 무참하게 탄압하고 문화방송을 자유도 독립도 없는 ‘박근혜 청와대의 부역기관’으로 만든 장본인들이다. 입이 열 개라 해도 ‘언론의 자유’와 ‘방송의 독립’을 말할 자격이 없다. 이들이 물러나지 않겠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국민을 배반하는 반공영방송을 하겠다는 소리나 다름없다.
김 사장이 대통령과 여당을 끌어들이는 것도 어처구니없다. 지금 문화방송 구성원들이 요구하는 것은 정권의 나팔수 노릇을 해온 과거를 청산하고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방송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가 강조하는 것도 ‘공영방송의 독립’이다. 김 사장 발언은 문화방송 사태를 정치적 공방 문제로 만들어 어떻게든 자리를 지켜보겠다는 꼼수에 지나지 않는다. 김 사장과 경영진은 지금이라도 깨끗이 물러나, 무너진 공영방송을 바로 세우는 데 걸림돌이 되지 말아야 한다. 그것이 조금이라도 덜 추해지는 길임을 알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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