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위기 때가 아니면 좀체 보기 어려운 통계가 계속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전국 8700여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하는 가계동향조사에서 작년에 이어 2년째 가계 실질소득(물가상승분을 빼고 계산한 소득)이 감소하고 있다. 표본조사라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추세를 반영한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이대로 가면 가계 지출은 앞으로도 늘어나기 어렵다. 내수 부진이 길어지고 불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경제에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보고, 정부가 강력한 정책 대응을 해야 한다.
2분기 가계 실질소득은 작년 2분기에 견줘 1%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전체로 보면 1.1% 감소했다. 지난해엔 전년 대비 실질소득이 0.37% 감소했으니, 올해 들어 감소폭이 훨씬 커진 것이다. 추세를 보면, 실질소득 감소폭이 커진 것은 지난해 4분기부터다.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이 크게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다. 지난해엔 비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이 1.9%나 감소했는데, 올해 상반기엔 근로자 가구의 실질소득이 1.1% 감소하면서 소득 감소를 이끌었다. 최저 소득 계층인 1분위(전체 5분위 분류) 계층의 소득이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저소득 계층을 대상으로 고용을 확대하고, 일자리 질을 전반적으로 개선하려는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 한동안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취약점은 내수 부진이다. 가계부채가 급증하고 있는 터에 소득 증가마저 부진하면 내수 침체를 벗어나기 어렵다. 가계부채 증가를 억제하고, 왜곡된 분배 체계를 고치고, 국가의 조세·재정정책을 통한 재분배를 촉진해야 한다. 정부가 이런 방향으로 경제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것은 잘하는 일이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으나 그것은 단기 효과에 그친다. 고용 확대, 가계소득 증가, 내수 활성화를 촉진할 내년도 예산안을 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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