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1심 재판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국내 최대 재벌인 삼성의 총수가 실형을 선고받은 것은 1938년 창립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고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도 비리가 드러난 게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집행유예 등으로 실형만은 피해갔다. 재벌 총수의 불법행위를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는 시대의 흐름이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많은 국민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이 부회장과 삼성이 잘못을 솔직히 시인하고 근본적인 경영 쇄신에 나서기를 바랐다. 그러나 이 부회장과 삼성은 특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런 기대를 저버렸다. 객관적 증거와 진술을 통해 드러난 사실조차 부인하고 억지 주장으로 여론을 호도하려 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은 경영권 승계와 무관하며 이 부회장이 삼성의 최고 의사결정권자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누가 봐도 뻔한 거짓말을 했다. 어떡하든 형사처벌을 피하려고 이 부회장을 ‘바보’로 만드는 무리수까지 뒀다. 앞으로 삼성에 큰 손실을 끼치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삼성은 상당 기간 ‘총수 없는 경영’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동안 삼성과 보수언론은 이 부회장 공백이 삼성에 위기를 불러오고 국가경제에도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겁을 주었다. 하지만 이 부회장 구속 이후 지난 6개월 동안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와 2분기 연속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고 처음으로 애플도 제쳤다. 3세 승계가 난관에 봉착한 것이지 글로벌 기업 삼성이 위기를 맞은 것이 아니다. 이재용이 곧 삼성일 수 없다.
삼성은 이제라도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고 황제경영에서 벗어나야 한다. 총수 1인 지배 체제를 끝내고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을 정착시킨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지금 삼성에 필요한 것은 냉철한 반성과 뼈를 깎는 쇄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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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을 마치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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