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과 자질 논란이 이어지자 청와대가 재검토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창조과학회 이사 전력에 이어 ‘1948년 건국’에 찬동하며 이승만 독재의 불가피성을 주장한 연구보고서가 드러나자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11월엔 ‘뉴라이트 계열’을 대표하는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초청해 ‘대한민국 건국’을 주제로 세미나를 연 사실도 확인됐다.
강의안 형태의 연구보고서에 단편적으로 등장하는 메모만으로 박 후보자의 철학과 역사관을 단정하긴 어렵다. 하지만 ‘이승만 독재’를 두고 “다른 대안이 있었나”라고 묻는 대목은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사람인지 의심케 할뿐더러,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을 계승한다’고 명시한 헌법 정신과도 어긋난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새마을운동을 ‘진정한 신분 계층 제도의 타파’라고 높이 평가한 것도 매우 염려스럽다. 이런 생각을 지닌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과연 소상공인들의 애환과 아픔에 공감하며 그들을 위한 정책을 제대로 펼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창조과학회 이사 전력도 생명과학, 바이오벤처 분야 지원·육성을 다루는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으로서 적절한 인선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이승만 독재 찬양과 박정희 미화는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였던 국정 역사교과서를 떠올리게 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시도를 ‘획일적인 교육과 사고를 투입하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과 이렇게 동떨어진 역사관과 철학을 지닌 사람이 국가 중요 정책을 심의하는 국무위원으로서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긴 어렵다. 박 후보자는 한 지역신문 칼럼에서 “과도한 노동운동, 책임을 망각한 과도한 민주주의, 노력 이상의 과도한 복지 등의 여파로 우리나라는 저성장기로 접어들고 있다”고 썼다. 드러난 발언만으로도 박 후보자가 여러 측면에서 문재인 정부의 철학이나 정책 기조와 상당히 다른 생각을 지니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청와대는 같이 갈 수 없다고 판단하면 인사청문회를 기다릴 게 아니라 한시라도 서둘러 박 후보자 거취를 결정하는 게 좋다. 유독 과학기술 분야에서 인사 검증 실패가 반복되는 원인도 철저하게 짚어보고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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