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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기아차노조 통상임금 승소, ‘연대기금’에서 해법 찾자

등록 2017-08-31 18:17수정 2017-08-31 21:54

기아자동차 노동자 2만7천여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31일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이라며 4223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회사 쪽은 중국의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내세워 이른바 ‘신의칙’ 적용을 주장했으나 법원은 노동자의 당연한 권리를 제한할 때는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최근 경영계 등의 여론전에도 재판부가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판단한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회사 쪽이 이미 항소 의사를 밝혀 소송전은 지루하게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금속노조의 일자리연대기금 등 협상 제안에도 회사 쪽이 장기 소송전으로 끌고 가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기아차처럼 정기적·일률적·고정적으로 지급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런데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이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기업에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초래하는 등의 경우에는, 노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하기로 약속한 애초의 ‘신의’에 따라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이번 사건 재판부는 원고들의 통상임금 청구가 “근로기준법에 따른 당연한 권리”라는 전제 아래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인정함에 있어서는 엄격하게 해석·적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회사 쪽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3291억~7871억원의 경영성과급을 지급해왔고 사드 보복 등으로 인한 피해는 증거자료가 없는데다 회복 가능하다며 회사 쪽 주장을 인정하지 않았다. 당연한 판결이다. 문제는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이란 기준이 매우 추상적이어서 재판부마다, 그리고 시점에 따라 판결이 오락가락한다는 점이다. 지난 18일의 금호타이어 통상임금 소송을 비롯해 현대·기아차 등 여러 대기업이 막대한 지연이자까지 감수하며 신의칙 소송에 매달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노사의 현명한 판단을 촉구한다.

통상임금 논란은 비정규직 남용과 장시간 노동으로 이익을 내온 잘못된 경영 관행을 뿌리 뽑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특히 금속노조가 지난 6월 소모적인 소송전 대신 연대기금을 만들어 일자리 창출과 노동시간 단축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에 사용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사용자 쪽은 이제라도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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