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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김훈 중위 순직 인정, 억울한 죽음 더이상 없어야

등록 2017-09-01 17:50수정 2017-09-01 21:08

고 김훈 중위와 아버지 김척. <한겨레> 자료사진
고 김훈 중위와 아버지 김척. <한겨레> 자료사진
1998년 2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벙커에서 숨진 김훈 육군 중위가 19년 만에 순직으로 인정됐다.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이 결정이 내려지기까지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린 것을 생각하면 오히려 가슴이 답답해진다.

이 사건은 군이 의문사를 어떻게 다루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김 중위는 근무 중이던 최전방 초소(GP)에서 총상을 입고 숨진 채 발견됐다. 군은 다음날 청소를 하는 등 현장을 훼손했고, 군 수사당국은 곧바로 ‘자살’로 결론 내렸다. 타살로 의심되는 증거가 나왔으나 모두 무시했다.

이후 가족들의 소송으로, 2006년 대법원은 군 수사기관이 자살로 예단하고 초동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사망 원인을 알 수 없는 상태이며, 이에 국가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2009년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도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했다. 하지만 2010년 육군본부는 군 수사결과에 따라 ‘자살’로 결정해 순직 처리를 거부했다. 2012년 국민권익위원회가 또 초동수사 과실을 지적하며 순직 처리로 시정을 권고한 뒤, 5년이 지난 이제야 국방부가 순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군 의문사는 ‘자살’로 처리되는 사례가 많으며, 증거인멸에 가까운 일도 자주 일어난다. 가족들에게 납득할 만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다. 부대장들은 사건 은폐에 급급하고, 자살 이유도 대개 ‘의지박약’ 등 개인 책임으로 돌리기 일쑤다. 군부대는 외부와 단절된 곳이라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바깥에서 알기 힘들다. 또 ‘보안’을 내세워 외부 조사에 비협조적이다. 이 때문에 유가족들은 진상규명 촉구 과정에서 더욱 가슴에 피멍이 들곤 한다. 자살이라 하더라도, 그에 이르게 된 경위를 제대로 밝혀야 한다. 군의 책임이 크며, 제대로 규명해야 또 다른 ‘의문사’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1일 ‘군 의문사 조사·제도개선 추진단’을 발족하고, 군 의문사 문제를 조기에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더해 앞으로 군 내 사망 사고는 가급적 외부 수사기관과 함께 조사해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예비역 중장이기도 한 김훈 중위의 아버지 김척(74)씨는 <한겨레> 인터뷰에서 “강한 군대는 국민의 신뢰 속에서 만들어진다”며 “정의롭지 못한 군대는 강도떼나 다름없는데 그런 군대를 누가 신뢰하겠느냐”고 했다. 군이 새겨들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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