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정기국회를 거부하기로 했다. 제1야당이 법을 어긴 방송사 사장을 비호하며 정기국회가 열리자마자 문을 걸어잠그고 나선 것이다. 어떤 정당성과 명분이 있는지 알 수 없다. 김 사장 거취가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빚어진 엄중한 안보 상황을 외면할 정도로 중대한 사안인지, 산적한 민생 현안과 맞바꿀 정도로 대단한 일인지도 의문이다.
자유한국당은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자유민주주의 파기’로 단정했지만 이치에 맞지 않는 주장이다. 부당노동행위로 고발된 김 사장은 여러 차례 소환 요구에도 응하지 않았다. 검찰이 체포영장을 청구한 건 그 때문이다. 법원이 체포영장을 발부한 것도 그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봐야 한다. 김 사장이 떳떳하다면 소환에 응하면 그만이다. 자유한국당은 김 사장이 민주투사라도 되는 것처럼 호들갑 떨 일이 전혀 아니다.
김 사장은 기자·피디 등을 방송 제작과 상관없는 ‘유배지’로 부당전보시켰다. 부당노동행위를 하고 공영방송을 훼손한 핵심 인물이다. 4일 0시 시작된 문화방송 총파업엔 93%가 찬성했다. 구성원 절대다수가 참여해 한목소리로 김 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김 사장은 이미 사장 자격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다.
사정이 이런데도 자유한국당은 김 사장을 ‘언론자유 수호자’처럼 떠받들며 국회를 파행으로 몰아가고 있다. 이참에 당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려는 포석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이는 당을 더욱 어려움에 빠뜨릴 가능성이 크다. 정상적 법 집행을 문제 삼아 국회를 거부하는 일에 고개 끄덕여줄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정기국회는 야당이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바로잡을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예산심사와 국정감사는 야당의 무기나 다름없다. 대법원장과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도 잡혀 있다. 이런 기회를 걷어차는 건 직무유기일뿐더러 스스로 입지를 좁히는 자승자박 행위에 가깝다. 결국 더 많은 국민을 등 돌리게 하는 자업자득으로 이어질 것임을 자유한국당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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