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KBS)과 <문화방송>(MBC) 구성원들이 4일 동시 총파업에 돌입했다. 두 방송사의 경영진 퇴진을 목표로 하는 이번 파업은 공영방송을 정상화해 제자리로 돌려놓겠다는 구성원들의 각오와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한국방송 파업에는 야간당직 등 ‘유보조합원’까지 동참했다. 문화방송 노조의 파업 열기도 역대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이번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무한도전’ 등 간판 예능 프로는 물론이고 드라마까지 결방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에야말로 두 방송사는 ‘권력으로부터 독립한 참다운 공영방송’을 세워 국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자 한국방송과 문화방송 경영진은 북한 핵실험을 이유로 들며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안보 비상사태’를 자리 보전의 기회로 활용하려는 의도가 뻔히 드러난다. 방송이 차질을 빚는 것은 전적으로 고대영·김장겸 사장 등 두 방송사 경영진의 책임이다. 경영진이 정말로 국가안보를 걱정한다면 지금 바로 자리에서 물러나 방송 정상화의 물꼬를 터주면 된다.
공영방송 경영진은 버티기로 일관하다 파업 사태까지 불러와 놓고는 뒤로 정치권에 줄을 대 자리를 지키려고 발버둥치고 있다.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 쪽이 국민의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안철수 후보에게 연락해 “엠비시가 도와드릴 거 있을까요?”라고 물은 것은 단적인 사례다. 그동안 틈만 나면 ‘노조로부터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며 마치 공정방송의 사도라도 되는 듯이 큰소리쳤던 것이 헛소리였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정치권에서는 김 사장이 자유한국당 관계자들을 만나 ‘내가 무너지면 자유한국당도 무너진다. 나를 지켜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다녔다는 말도 공공연히 흘러나온다. 공영방송 책임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추악한 권언유착이고 방송 공정성 훼손행위다.
고용노동부의 출석 요구를 거부하던 김장겸 사장은 체포영장이 발부되자 마지못해 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사장을 철저히 조사해 엄정한 법의 잣대로 처리해야 한다. 지난달 <미디어오늘>과 ㈜에스티아이가 실시한 여론조사를 보면 양대 공영방송 사장 퇴진에 찬성한 사람이 60%를 넘었다. 국민 지지를 받는 이번 파업이 무너진 공영방송을 ‘국민의 방송’으로 다시 일으켜 세우는 데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
김장겸 문화방송 사장이 1일 오후 서울 63빌딩에서 열린 방송 진흥 유공 포상 수여식에 참석하며 노조의 퇴진 요구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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