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생리대 파문 대응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얼마 전 여성환경연대와 강원대 연구팀의 조사 결과가 ‘과학적 신빙성이 낮다’고 발표했던 식약처는 4일 제품명을 전격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깨끗한나라의 릴리안 제품을 포함해 유한킴벌리, 엘지유니참, 피앤지 등 제조사의 11개 제품에서 모두 유해물질이 검출됐다.
1·2군 발암물질은 유한킴벌리 제품에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은 깨끗한나라 제품에서 가장 많이 나왔지만 이 검출량이 어떤 의미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시민단체 조사가 문제라면서도 제품명을 밝히는 등 오락가락하는 식약처의 모습은, 책임을 회피하고 사태를 축소하겠다는 행태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사이 여성들의 혼란은 더 커지고 업계의 상호 비방전 또한 가열되고 있다.
연구 방법의 신뢰성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더욱더 ‘내 몸이 증거’라고 말하는 여성들의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역학조사에 나서는 게 절실하다. 5일 기자회견에서 여성환경연대는 유해물질 전 성분 조사와 역학조사 시행을 요구하는 청원에 나흘 만에 4300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한 법무법인이 진행하는 집단소송에는 3000여명이 1차 원고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요구에 정부는 전혀 답하지 않고 있다.
여성 1명이 평생 최소 1만4000개 이상을 쓴다는 생리대의 품질검사 기준은 20년 전 그대로다. 이번 파문이 없었다면 대상물질 확대도, 전수조사도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다. 식약처가 이달말 발표한다는 조사 내용 또한 휘발성유기화합물에 국한되어 있을 뿐이다. 이 정도로 불안감이 잠재워질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착각이다. 질병관리본부가 나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전반적인 생리대 유해물질 기준 시스템을 어떻게 마련해나갈지를 밝혀야 한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