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 발부를 이유로 정기국회 일정을 거부하더니 이제는 대북정책 수정을 요구하는 이른바 ‘안보 장외투쟁’에 나섰다. 야당이 장외투쟁을 하면서 이런저런 이유를 갖다붙이는 건 드문 일로, 자유한국당 스스로 장외투쟁 명분이 약하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엄중한 안보 위기 속에 제1야당의 부재로 ‘반쪽 국회’가 계속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유한국당은 6일 사흘째 국회 일정을 거부하면서 안보 관련 일정을 이어갔다. 오전에는 의원총회를 연 뒤 북한 핵·미사일 대책을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고, 오후에는 전방 군부대를 찾아 장병들을 격려하고 북한 도발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었다. 자유한국당은 오는 9일에는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해놓고 있다. ‘언론·안보 겸용 장외투쟁’이라 이름 붙여야 할 자유한국당의 이런 행태는 명분도 실리도 없다. 애초 김장겸 사장 문제를 빌미로 국회 일정을 거부한 것 자체가 명분이 없는 일인데 북핵 위기 와중에 밖에서 ‘안보’를 외치는 것은 더더욱 명분이 없다. 대북정책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군부대를 찾아가고 장외집회를 여는 행동은 국민들 보기엔 우스울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북핵 위기 대처를 위한 여야 간 대화의 필요성이 제기된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6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하고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긴급 안보대화를 즉각 개최하라”고 촉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미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대표가 참여하는 긴급 안보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대북정책 등에서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여·야·정 평화협력체 구성 제안을 내놓았다.
불과 4개월 전까지 집권여당이던 자유한국당이 제1야당으로서 북핵 위기의 와중에 명분도 불분명한 장외투쟁을 지속하는 것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자유한국당 스스로도 장외투쟁의 동력이 충분하지 않고 실리도 별로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마침 문 대통령이 블라디보스토크를 방문해 한-러 정상회담 등을 한 뒤 7일 귀국한다. 이를 계기로 문 대통령과 여야 지도부가 자연스레 만나 북핵 대처 방안 등을 논의함으로써 국회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해볼 만하다. 자유한국당은 북핵과 민생 등 산적한 현안을 앞에 두고 더이상 ‘반쪽 국회’로 의정활동을 내팽개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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