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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소년법 개정’ 문제

등록 2017-09-06 18:09수정 2017-09-06 19:32

그 누구도 똑바로 보기조차 힘들었을 것이다. 피투성이가 된 채 무릎 꿇은 여중생의 사진은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하는 동시에 무거운 질문을 던져놓았다. ‘잔혹한 청소년 범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사건을 비롯해 인천 초등생 피살 사건, 강릉 폭행 사건 등이 잇따라 터지면서 ‘소년법 폐지론’까지 들끓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청와대 누리집엔 청소년보호법(소년법이 바른 명칭) 폐지 청원이 20만명을 훌쩍 넘겼다. 정치권에서도 논의가 불붙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6일 “국민 법 감정에 맞도록 관련법 개정 논의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표창원 의원은 지난 7월말 미성년자에게도 사형과 무기징역 선고가 가능하도록 하는 내용의 특정강력범죄처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데 이어, 소년법 개정을 준비중이라고 밝혔다. 주된 쟁점은 만 14살 미만은 형사처벌을 할 수 없고, 만 19살 미만의 경우 최대 15년 유기징역까지만 내릴 수 있도록 한 규정이다. 국외에서도 형사처벌을 면할 수 있는 나이 기준이 7~18살까지 각각 다르고,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선 잔혹한 소년범죄를 계기로 연령을 내린 경우도 있다.

하지만 최근 논의가 자칫 특정 사건에 대한 즉흥적 대응으로 흘러 법 취지를 잊게 만들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엄벌주의’가 범죄 감소나 예방에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은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다.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문재인 정부에서 ‘미성년자 사형선고 가능’ 같은 주장까지 나오는 건 당혹스럽다. 일부 잔혹범죄가 전체 범죄가 아닌데, 자칫 전과자로 낙인찍히는 청소년을 양산할 수도 있다.

소년법의 취지는, 이들에게 사회에 잘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다시 한번 주자는 것이다. 그 바탕엔 청소년 범죄가 자신뿐 아니라 국가와 사회, 어른들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청소년 참정권 논의가 나오면 ‘판단력이 부족한 보호 대상’이라는 이유를 들면서, 범죄에 대해선 ‘알 만큼 아는 나이’라며 강한 처벌을 주장하는 것 또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소년법 개정 논의는 신중하고 차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칠 사안이다. 실제 청소년 범죄가 이전보다 잔혹해진 건지, 늘어난 건지, 처벌 강화가 효과가 있을지 과학적 근거를 갖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 법은 한번 개정하면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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