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했다.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주민을 설득하겠다고 하더니 한밤 기습작전을 벌이듯 밀어붙여 사드 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8시간 만에 완료했다. ‘국민을 밀고 들어갈 수 있겠느냐’고 공언하던 청와대는 20여명이 다치는 충돌이 일어났는데도 국방부에 사태를 떠넘긴 채 침묵으로 일관했다. 무책임하다는 비판을 피할 길이 없다.
사드 배치 강행에 얽힌 문제는 무수히 많지만 가장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월 사드 발사대 4기가 추가 반입된 사실을 뒤늦게 보고받고는 “매우 충격적”이라며 반입 경위에 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당시 청와대는 국방부의 보고 누락을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진상 규명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느닷없이 사드 추가 배치를 강행하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럴 거면 ‘보고 누락’에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떨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지난 7월에는 일반 환경영향평가가 끝난 뒤 사드 배치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가,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하자 곧바로 추가 배치를 지시해 스스로 말을 뒤집었다. 이번 배치로 사드 포대가 사실상 완성되는데도 ‘임시 배치’라고 강변하는 것도, 곤란한 상황을 피해가려는 정치적 수사일 뿐 정정당당함과는 거리가 멀다.
사드 배치로 한반도와 동북아 정세가 악화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북한-중국-러시아’ 대 ‘한국-미국-일본’으로 짜인 동북아시아 대립구도는 더욱 심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사드 배치 완료는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의 일부로 편입되고, 미-중 두 강대국 사이 전략적 경쟁의 최전선에 한국이 놓이게 됨을 뜻한다. 그러잖아도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 이후 한국 기업에 대한 보복 수위를 높여왔던 터인데 앞으로 이 수위가 어디까지 높아질지 알 수 없다.
중국 반발보다 우려스러운 것은, 북한 핵·미사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중국과 러시아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게 중요한데 사드 배치로 훨씬 어려워졌다는 점이다. ‘한-미 동맹 강화’라는 현실적 이유를 대지만, 북핵 해결이란 관점에선 우리에게 이익이 되지 않는다. 한국의 안보를 확고히 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처라는 대통령 말만으론 국민과 지역주민을 설득해내기 어렵다.
사드 배치 문제는 전임 박근혜 정부가 만들어낸 ‘안보 적폐’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문재인 정부의 책임이 약해지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사드를 최종 배치할 것인지를 포함해 무엇이 최선의 전략인지, 어떻게 해야 국익을 최대한으로 지킬 수 있을지 면밀하게 재검토해야 한다. 대통령이 외국 방문중인 틈을 타 사드 배치를 강행하는 모습에서 이전 보수 정권의 잔상을 떠올리는 건 가슴 아픈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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