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오전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회관 앞에서 도로를 막고 농성하던 주민들을 경찰이 밀어낸 뒤 사드 발사대가 기지로 향하자 한 주민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성주/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7일 새벽 전격적으로 이뤄진 경북 성주의 사드 추가배치는 경찰 8천여명이 동원돼 농성 주민과 이에 연대한 시민들을 강제로 끌어내고 진행됐다. 사드 배치 자체도 논란이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1박2일 러시아 방문으로 국내를 비운 시점에 배치를 강행하고 사전에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않은 점이 많은 이들을 실망시켰다.
공감 능력이 전혀 없는 박근혜 정부를 거친 탓에, 국민들은 문 대통령의 진솔하고 따뜻한 인간적 품성에 큰 위로를 받았다. 취임 직후 5·18 희생자 가족을 안아주고,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에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상처를 어루만졌다. 그 진정성을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이들에겐 보여줄 수 없었던 건지 안타까웠다. 성주 주민들은 “어떻게 문 대통령이…”라며 박근혜 정부 때보다 더한 허탈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국민은 사드를 배치할 수밖에 없는 정부 사정과 어려움을 모르는 게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새 정부의 청와대는 배치 전에 성주 주민과 사드 반대 시민들에게 호소라도 했어야 했다. 문 대통령은 배치 다음날인 8일 낮 침묵했다. 그러다 밤 8시50분께 ‘사드 배치 관련 대통령 입장’을 서면 발표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 6차 핵실험을 들면서 “현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라고 말했다. 또 부상당한 시민과 경찰관들에 대해 적절한 위로조치를 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대통령이 더 늦기 전에 사드 배치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하지만 배치 전에는 왜 미리 이런 입장 발표를 준비하지 않았던 건지 대통령과 참모진은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발표 형식도 ‘서면’이 아니라, 국민 앞에 직접 나와 육성으로 진솔하게 얘기했다면 하는 아쉬움은 여전히 남는다. 또 발표 내용도 기존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 탓에 울림이 약한 것도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출범 초에 본인이 직접 나서 현안 브리핑을 하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브리핑은 웃는 낯으로 여유 있을 때만 하는 게 아니다. 심각하고 어려운 문제일수록 국민에게 솔직하게 입장을 밝히고 이해를 구하는 게 필요하다. 그게 이전 보수 정권과 달리, ‘촛불 혁명’을 거쳐 출범한 정권에 바라는 국민의 기대일 것이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 문재인 정부가 맞닥뜨릴 진정한 위험은 바로 ‘신뢰’의 문제가 아닐까 싶다. 지금은 여론의 향배를 살필 때가 아니라, 여론 앞에 직접 나서 설명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