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8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보이스 오브 자유한국 릴레이 발언대' 행사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강창광 기자 chang@hani.co.kr
청와대가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가 참여하는 ‘5자 회동’을 제안했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홍 대표는 7월에도 대통령과 여야 정당 대표가 만나는 자리에 불참한 채 충북 수해 현장으로 달려간 적이 있다. 엄중한 한반도 정세에 속이 타들어가는 국민들은 대통령과 여야 지도자가 머리를 맞대고 위기 타개책을 논의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하는데, 그러질 못하니 안타깝기 짝이 없다.
야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동을 거부할 수는 있다. 그렇더라도 국민이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이유와 명분이 있어야 한다. 홍 대표는 “청와대 제안은 들러리 회담에 참석해 달라는 요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진정성이 없으므로 참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청와대 제안이 어째서 ‘들러리용’인지, 왜 진정성이 없다는 건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무턱대고 ‘들러리 회동’이라고 낙인찍고 다짜고짜 ‘진정성 없다’고 몰아세운다. 국민에겐 옹졸하고 속 좁은 모습으로만 비칠 뿐이다.
홍 대표는 7월19일 청와대 회동을 거부할 때도 구차스럽고 궁색한 이유를 들었다. 대통령과의 첫 회동에서 과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인준 때의 일을 거론하며 서로 얼굴 붉히기 싫다는 게 이유였는데, 6년이나 지난 일을 끄집어낸 것부터가 유치하고 어이가 없다. 홍 대표가 청와대 회동 제의에 연거푸 딴지를 거는 속뜻은 결국 문재인 대통령과 단독으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달라는 뜻이라고 정치권에선 해석한다. 그렇지만 지금이 제1야당 대표가 대통령과의 회동 형식을 놓고 줄다리기할 만큼 한가한 때인지 의문이다. 안보문제만큼은 초당적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이 닳도록 강조해온 정당이 자유한국당 아닌가. 이런 식의 행보는 홍 대표의 ‘돈키호테’, ‘독불장군’ 이미지만 강화할 뿐이다.
홍 대표는 “이 정부가 안보문제로 중국과도 척지고, 미국과도 척지고, 북한에는 아예 무시를 당한다”고 맹비난했다. 그렇게 안보를 걱정한다면 대통령과 직접 만나 따질 건 따지고 제안할 건 제안하는 게 야당의 역할이다. 그것이 107석 의석을 지닌 제1야당 대표가 해야 할 바람직한 처신이다. 홍 대표와 자유한국당은 지금이라도 태도를 바꿔 청와대 회동에 응하고 국회에 참여하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