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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교육부, 이러려면 ‘정규직 전환 심의’ 왜 했나

등록 2017-09-11 18:10수정 2017-09-11 20:01

교육부의 정규직 전환심의위가 11일 내놓은 ‘교육분야 비정규직 개선방안’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이해당사자들의 거센 반발과 우호적이지 않은 여론 등 현실적 제약이 컸음을 고려해도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친다. 특히 정부가 갈등을 중재하고 해소하기보다 이해당사자의 갈등에 기댄 모습은 매우 유감스럽다.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전국기간제교사연합회 소속 회원들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간제교사 정규직화를 촉구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심의위는 시·도교육청에 국공립 학교회계직원 중 단시간 노동자 등 약 1만2천명의 무기계약직 전환을 권고했다. 의미가 없지 않으나, 대부분 무기계약직이 된 분야라 대상 확대에 불과하다. 1천여명 규모의 유치원 돌봄교실 및 방과후과정 강사 역시 유아교육법상 행정직원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영어회화 전문강사, 초등 스포츠강사 등 5개 강사 직종은 채용의 공정성과 교육현장의 안정성 저해 등을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했다. 특히 영어강사는 대전고법 판결과 국가인권위원회 권고까지 있었지만 무시됐다.

기간제 교사의 정규직 전환 문제는 ‘임용 절벽’ 논란이 큰 상황에서 심도 있게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전환 대상이 아니다’라고 결론 내렸다. 현재 기간제 교사는 국공립만 해도 3만2734명으로, 10년 이상 기간제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고 절반 가까이가 담임을 맡고 있다. 이런 경력이 교원 자격으로 과연 부족한 것이냐는 문제제기는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사안이다. 자칫 심의위의 섣부른 결론이 추가 논의의 여지를 차단하고 계약기간이 끝나는 교사·강사의 대량 해고를 양산할까 우려스럽다. 다른 공공부문 비정규직 전환 논의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교원수급 정책을 다시 짜면서 기간제 문제의 단계적 해결 등의 방향을 제시하는 게 훨씬 나았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번 심의위는 사회적 갈등만 키우고 ‘희망고문’을 강요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학교 현장 비정규직 문제는 이명박·박근혜 정권이 청년 일자리 창출 명분으로 무분별하게 늘리고 땜빵식 교사 임용정책을 펴온 탓이 크다. 그래 놓고 ‘당사자들의 반발’을 내세우는 정부 태도는 무책임하다. 정규직·비정규직이 ‘계급’처럼 된 사회에서 중재와 조정 없이 이해당사자들끼리 갈등을 조정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이번 심의위 구성에서 보듯 노조조직률이 낮은 비정규직은 자신의 목소리를 온전히 대변하기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정규직 특권을 줄이는 것을 포함한 격차 해소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정부의 ‘비정규직 제로’는 빈 공약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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