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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기본권 옹호했다고 김이수 인준 부결한 ‘폭주 국회’

등록 2017-09-11 21:27

국회가 11일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부결시켰다. 문재인 대통령이 김이수 재판관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로 지명한 지 116일 만이다.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에 반대하고 군대 내 동성애 문제에서 전향적인 소수 의견을 낸 게 야당 반대의 주된 이유였다고 한다. 정치결사의 자유를 옹호하고 인권을 보호하려 한 전력이 인준 부결의 사유가 될 수 있는 건지 묻고 싶다.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야당의 퇴행적 현주소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김이수 후보자의 인준 부결은 ‘촛불’로 촉발된 우리 사회 거대한 변화·개혁 흐름에 제동을 걸려는 세력이 만만치 않고, 그들이 정치적으로 재결집하기 시작했음을 상징한다. 정치권력은 교체됐지만 입법권력인 국회에선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여전히 강고하게 버티고 있다는 현실을 확인한 셈이다. 촛불이 부여한 사회 개혁이 그렇게 녹록지 않은 과제라는 사실도 분명해졌다.

부결 사태의 가장 큰 책임은 김 후보자의 ‘이념’을 집요하게 트집 잡으며 ‘색깔론 정당’다운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 자유한국당에 있다. 김 후보자가 헌재의 통합진보당 해산 결정 당시 낸 소수 의견은 특정 이념과는 무관한 것이었다. 정당의 자유와 정치적 결사를 제약하는 데 대한 반대였는데, 자유한국당은 이를 ‘이념 편향’으로 둔갑시켰다. 새로운 보수를 주창하는 바른정당이 자유한국당과 별다를 바 없는 태도를 취한 것도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대중 정신’을 계승한다는 국민의당이 이번 표결에서 보여준 반인권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는 더욱 엄중한 비판을 피할 수 없다.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긴 국민의당에서 절반 가까운 의원들이 김 후보자에게 반대표를 던진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김 후보자가 군대 내 동성애를 옹호했다는 기독교계 일부의 압력에 편승한 결과인데, 이는 사실 관계에서부터 정확하지가 않다. 김 후보자는 헌재의 소수 의견에서 군대 내 동성애를 옹호했던 게 아니라, 옛 군형법의 일부 조항이 너무나 불명확하고 포괄적이란 점을 지적했을 뿐이다.

국민의당 의원들이 이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 그런데도 이걸 내세워 부결에 동조한 건, 결국 문재인 정권을 흔들어서 정치적 이득을 챙기겠다는 정략적 발상이라고밖엔 볼 수 없다. 인준 부결 직후 안철수 대표가 “국민의당이 20대 국회에서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 정당”이라며 마치 대단한 쾌거를 이룬 양 말한 것은 그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민의 뜻과 상식적 판단에 따르기보다 ‘캐스팅 보트’ 권한을 드러내기 위해 ‘김이수 인준 표결’을 부결시키는 게 과연 새 정치를 내세운 정당이 할 행동이라 할 수 있는가.

이제 여야 모두 소리를 높이던 ‘협치’는 꽃이 피기도 전에 시들어버릴 것이다. ‘협치’는커녕 ‘정략’에만 좌우되는 정치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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