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린 12일, 야당 의원들은 전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을 부결시킨 여세를 몰아 ‘코드인사’ ‘경륜 부족’을 내세우며 거센 공세를 폈다. 하지만 차분하면서도 원칙에서 물러서지 않는 김 후보자의 답변에 야당의 공격은 번번이 ‘무딘 칼’이 되어버렸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학회 출신인 김 후보자 전력을 문제삼으며 ‘코드인사’ ‘편향인사’ 주장을 집중 제기했다. 자유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새로운 사법숙청이, 피의 숙청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전해지고 있다”고까지 말했다. 30년 넘게 김 후보자가 해온 수많은 재판 내용을 자세히 보지 않고 ‘숙청’까지 운운하며 사상검증을 펼치는 건 청문회의 취지와 어울리지 않는다.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도입 필요성 같은 후보자의 입장은 국제사회가 한국에 줄기차게 지적해온 방향과 일치한다.
국제인권법학회 소속 500명 가까운 판사들을 같은 정치색으로 규정하는 것 또한 난센스다. 김 후보자는 “문재인 대통령이나 조국 민정수석과 개인적 인연이 없다”고 밝혔고, 현직 부장판사의 청와대 법무비서관행에 대해서도 “적절치 않다”며 사법부 독립을 강조했다.
김 후보자의 자질·경륜을 검증한다면서 일부 자유한국당 의원이 쏟아낸 발언은 어이가 없을 정도다. 장제원 의원은 춘천지방법원장에서 대법원장 후보자로 발탁된 걸 두고 “쿠데타 때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곽상도 의원은 “경험·경륜이 부족한 ‘초보운전자’라 ‘보여주기 쇼’를 한 것”이라며 김 후보자의 대중교통 이용을 공격했다. 김 후보자가 현 대법원장보다 훨씬 아래 기수인데다 대법관 출신이 아닌 건 맞지만, 그에 대한 도를 넘어선 비난은 청문위원들 스스로가 권위와 관성에 젖어 있음을 보여줄 뿐이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민은 약자에게 편안하고 강자에게 준엄한 사법부를 원한다”고 말해 법원 개혁에 대한 국민의 요구를 무겁게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전관예우의 원인을 파악해 해결책을 제시하고 관료화된 사법행정 시스템을 되돌리겠다는 뜻도 밝혔다. 전날 전국법관대표회의 논의에서 보듯, 제왕적 대법원장 제도와 법원 관료화 문제는 사법개혁의 핵심이다. 국회는 헌법재판소장에 이어 대법원장 후보자마저 정략의 대상으로 삼지 않길 바란다.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선서를 하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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