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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한겨레 사설] ‘부적격’ 박성진 후보자, 사퇴 불가피하다

등록 2017-09-13 22:27수정 2017-09-13 22:30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부적격’이라고 명시한 국회 인사청문 경과보고서가 13일 여당의 묵인 속에 채택됐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민망한 장면을 노출하지 않기 위해 퇴장하는 모습을 연출했지만 ‘부적격 보고서’ 채택엔 강하게 반대하지 않았다. 전례가 드문 일이다. 여당 의원들조차 돌아섰다는 건 박 후보자의 자질과 역량 부족을 여실히 드러낸다. 박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거나 청와대가 지명을 철회하는 게 불가피해졌다.

처음엔 뉴라이트 역사관과 창조과학 신봉자라는 점에 비판이 집중되면서 그것이 꼭 낙마할 사유냐는 반론도 제법 제기됐다. 그런데 막상 인사청문회를 해보니 전문성과 판단력, 정직성에 대한 의문이 증폭됐다. 청문회를 진행한 여야 의원들이 “전문성과 행정경험, 정무감각이 부족하다”고 청문보고서에 명시한 걸 보면, 결국 박 후보자의 전반적 자질이 부족했다고밖에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새롭고 혁신적인 경제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새로 만든 부처가 중소벤처기업부다. 청문회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박 후보자가 장관직을 수행할 식견과 안목, 전문성은커녕 기본적 업무능력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게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핵심 현안을 묻는 질문엔 얼버무리기 일쑤였고, 질문 취지와 동떨어진 동문서답도 부지기수였다. 벤처 분야 경험은 있지만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업무는 문외한에 가깝다는 지적도 많았다.

도덕성 문제도 가볍게 넘길 수는 없다. 아파트 다운계약서 작성은 본인도 인정했다. 포스텍 창업보육센터장으로 재직하며 보육기업으로부터 주식을 무상으로 받은 점도 그냥 넘길 사안은 아니다. 뉴라이트 연계 여부를 둘러싼 논란엔 말을 바꾸며 정직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창조과학관을 놓고선 답변이 오락가락했다.

이런 사람을 장관 후보자로 내세운 청와대 인사 라인의 책임 역시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추천이 잘못됐다면 검증에서라도 걸러야 했는데, 그것도 제대로 되질 못했다. 고위 공직 인사시스템에 전체적으로 큰 구멍이 뚫렸다고 볼 수밖에 없다. 박기영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사퇴에 이어 과학 분야에서 부적격 인사가 반복되는 것을 두고 특히 과학계에서 비판 목소리가 높다. 인사 추천과 검증 과정을 철저히 살펴 잘못된 부분은 고치고, 책임 소재를 분명하게 따져야 할 것이다.

청와대로선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인준 부결 과정에서 보인 야당의 정략적 공세가 부당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렇지만 국회에서 ‘부적격’이라 결론 낸 후보자의 거취 문제를 오래 끄는 건 옳지 않고 현명하지도 않다. 박성진 후보자 스스로 사퇴하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빨리 지명 철회를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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